일부 단체장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리지만, 가난한 이상국 시인(詩人)은 집으로 가는 길에 꽃을 뿌려 놓는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증유의 전염병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집콕'은 생활 방역 체계의 핵(核)이다. 그 누구든 거스를 수 없다.

'집에 콕 박혀 있다'는 '집콕'은 휴가철 무더위를 피(避)하는 '방콕'과 유사(有似)하지만 같은 듯 다르다.

'방콕'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자발적 고립(孤立)이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기에 자유스럽고 즐겁다.

자가 격리의 '집콕'은 비대면 '재택(在宅) 근무'라고 근사하게 말하지만 철창 없는 감옥(監獄)이기에 답답하고 우울하다. 우울함에 빠지는 게 문제이지 우울함을 인정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에 '집콕'할 수밖에 없다. 避할 수 없는 선택이므로 기약 없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얼마간 견뎌야 한다. 너와 나를 위한 에티켓이다. 팬데믹에 이른 바이러스Virus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누군가 힘겨운 일을 앞에 두고 전전긍긍(戰戰兢兢)한다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한다.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묵시(默示)의 사회적 행동인 '집콕'은 정상이 아닌 일상의 부재(不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좋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다. 견딜 만 하다가도 하루하루가 지겹고 버겁다.

대권을 꿈꾸는 일부 단체장들은 '집콕'을 압박(壓迫)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리지만, 가난한 이상국 시인(詩人)은 집으로 가는 길에 꽃을 뿌려 놓는다.

코로나의 공포와 불안으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는 우리를 은근하게 위로(慰勞)하며 처진 어깨를 토닥인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끊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 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도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소독하지 않은 입(口)으로만 말(言)을 하는 일부 정치인들과 소독하고 씻은 손(手)으로만 말(詩)을 하는 詩人은 같은 듯 사뭇 다르다. 꽃과 돈처럼...

신형철 평론가는 말했다.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훌륭한 詩를 읽을 때, 우리는 바로 그런 기분이 된다."

천천히 詩를 읽다 보면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며 답답한 마스크를 벗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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