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재원 마련이 우선돼야

제리 카플란 저, 신동숙 역, 한스미디어 출간 책 표지
제리 카플란 저, 신동숙 역, 한스미디어 출간 책 표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어가 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있을까, 그것도 공짜로 준다면야. 양잿물처럼 마신 후에 독이 된다면 덥썩 받아들이지는 않을 게다. 요즘 화두 중의 하나가 '기본소득'이다.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 재난극복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형태로 집행되고 있고 일각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에 불을 지피는 것 같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이 제도 도입을 위한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과연 기본소득이란 어떤 것이며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

'기본소득'이란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학에서 출발했고 자본주의 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제도. 수입이 많든 적든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면서 사용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을까? 그 배경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이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AI나 로봇에 의한 생산으로 얻어진 수익을 일자리를 잃은 인간에게 분배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하였다. 물론 4차산업혁명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저소득층이 확대되는 점, 복지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나 누수현상으로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비효율의 존재 등도 한몫 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생계가 어려워질 사람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에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완결지역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그곳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본산이기에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도 먼저 예견하고 있어서다. “일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이므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집이나 음식을 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비용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기본소득 제도 필요성”을 주장한 실리콘밸리의 한 업체 대표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발전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행복이기 때문이기에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면 의미가 없다.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우간다 정부에서는 16세에서 35세까지의 국민 1만2000 명에게 약 400달러씩을 나눠주었다. 5년 뒤 수혜자들을 추적한 결과 무상 지원받은 금액을 교육과 창업에 투자하면서 50% 소득이 증대됐고 고용도 60% 증가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맨체스터 노숙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케냐, 스페인, 핀란드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해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기본소득 관련, 눈여겨 볼만한 현상들이다. 그러나 실제 제도 도입에는 아직 거리를 두며 더 신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생계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같은 사회문제로 볼 수 있겠고 기본소득 필요성을 부추겼다.

이 제도 도입 여부는 다각도의 연구와 검토를 거친 후에 결정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어떠한 조건이나 대가 없이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생길 수 있는 근로 의욕 상실 등 제반 사회적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잇음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본다. (참고자료: 세계미래보고서, 조선비즈 테크트렌드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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