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간에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산길이 없어지듯 한다

수요점심 소모임 멤버 3명이 오늘 명동에 나갔다. 60년된 '금강 섞어찌게' 본점에서 젊은시절을 추억하며 오랜만에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맛있는 추억에 분위기가 오르니 추억의 고급 아메리카노 커피(Specialty Coffee) 전문점을 찾았다. 10여년 전에 현재 입점해 있는 건물의 1층 오뎅바에서 낮시간에 'Shop in Shop'으로 명동지역의 예술인들에게 진짜 고급커피를 드립으로 서비스하며 개점했던 곳이다. 좀 길지만 이 커피점에 대하여 썻던 글이 오늘도 우리시니어에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커 보여서 아래에 옮긴다.

"?내가 근무하는 강남의 테헤란로 이면도로에는 점심시간용 4,000원~6,000원의 한식부페식당이 즐비하게 많다. 이들은 낮 시간에 영업을 안하는 생맥주(HOF) 홀을 빌려서 점심시간만 영업을 하는데 젊은 부부가 열심히 하면 임대보증금, 시설비 등의 부담없이 창업하여 월 500만원 정도를 벌어간다고 한다. 직장인 상대로 하다보니 그들처럼 한달에 20일 만 일하면 되기도 하여 마치 직장인 같은 사업을 한다. 나는 이 업태를 시간공유(Time Sharing)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업장을 두 사업자가 각기 다른 시간을 이용하여 영업을 하고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명동에도 직장인이 많다. 지인이 명동에 그런 업장을 열었다고 해서 우정 방문차 찾아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아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2의 시간공유 사업장을 우연히 다녀왔다. 10여평 되는 오뎅전문점을 낮시간(오전10시~오후6시)만 Specialty  커피 전문점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오뎅집과 커피집' 전혀 딴세상 같은데 운영이 꽤 짭잘해 보였다. 주변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값을 1,500원까지 다운 시킨 곳도 많은데 이 집은 3,600원을 받는다. 그런데도 손님이 꽤 많은 것 같다. 이제 커피샵은 정말이지 레드오션이라 하는데 신기하다.

국가 전체적으로 불경기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가 되면 자영업자만 어려운게 아니라 그들이 임대료를 부담하는 건물주들도 많이 힘들다. 건물주, 상가 임대업자들도 임대료수입이 예전같지 않아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을 이용해 주는 프랜차이즈 본사 또한 마찬가지다. 생계형 점포를 열어주고 그들이 성공하게 도와 주는 일도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오늘 방문한 곳은 오뎅집 프랜차이스 점포를 70여개 운영하고 있는 본사가 낮시간에만 커피점 운영을 희망하는 바리스타를 찾아내서 밤에 운영하는 오뎅집과 양자 윈윈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오픈한 사업이었다.

나는 커피류 공유 점포로는 '커피전문점과 중고서점' '커피전문점과 Nail Art' 등, 공간공유 (Space Sharing), 또는 'Shop in Shop' 개념 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전혀 뜻밖이었다. 가격도 비싼 Specialty 커피 전문점이라면 기존점포에 시간만 빌리는 사업이라 하여도 필요 창업자금이 꽤 필요할 것으로 보여 물었다. 총 소요자금이 3천만원 이하 였다고 한다. 임차보증금 부담이 없고 장비류는 브랜드 있는 독일제 중고제품 등이 시장에 충분이 나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를 넘어선 때문이리라 생각되어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서울시청에는 세계 대도시에서는 유일하게 '공유경제 정책과'라는 부서가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경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여러형태의 공유창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개발하기 위한 부서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공간공유, 공동소유, 중고 재활용 개념이 주종이었는데 오늘 방문한 경우와 같이 사고의 혁신으로 시간공유 업태가 더 많이 나와서 이런 업소의 창업으로 서울시의 후원을 받는 업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작은 업체 한군데 가보고 욕심이 끝없이 날개를 편다. 이런 업소가 많이 나오면 시니어들은 청년 한 사람이 할 일을 체력에 맞게 여럿이 나누어 근무하는 세분화된 시간공유 일터로 활성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협동조합으로 창업할 수도 있겠다.  오늘 방문한 곳에서 들으니 일본에는 80세가 넘은 시니어 바리스타가 융드립 커피(커피 여과용 깔때기로 종이가 아닌 융을 사용함으로써 커피 맛에 기름기가 돌도록 하는 부드러운 고급 커피)를 수작업으로 판매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경제가 어렵고 일 할 곳이 부족하다고 주변만 탓 하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Full Time으로 명동에서 성업중인 홀리핸즈커피(02-752-7540) 이광희 사장 

값은 좀 비싸지만 넉넉한 공간이며, 이제는 완전히 자리잡은 최고의 스페시얼티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의 향미에 빠진 우리는 시니어들의 삶과 우정에 대한 인문학적 대화에 빠졌다.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자주 만나지 않으면 길이 없어진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요지다. '시니어 시절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라고 핑게대지 말고 맹목적으로라도 자주 만나는게 상책이라는데 서로 동의 했다. 이 자리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가 펼치고 있는 동네 월요브런치클럽운동의 취지와 목표를 다시 한 번 토론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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