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즐기는 낙동강 둘레길
근황을 물으니 5년 전부터 택시 운전을 한단다. 아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왜 택시를? 하며 의아해 하니 개인택시 한 대 구입하여 놀며 쉬며 일 한단다. 나의 전화를 받았을 시는 손님을 태우고 있는 중이라 빨리 오지 못했다며 미안해 한다.
이후 자신이 사장이니 손님 내리고는 오늘 영업 중단하고 온 것이다. 버는 돈으로 용돈이나 하고 1년에 2번 정도 아내와 해외 여행을 간단다.
자신의 친구 중에 교장으로 퇴직한 사람이 하도 놀기가 지겨워서 택시 운전을 해 볼까 하면서 기웃기웃 한단다. 70이 가까운 나이에 말이다. 교사 출신은 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년의 삶도 유유자적하기 쉽지 않다,
누구는 먹고 살기 위해 택시 운전을 하는데, 버는 돈으로 용돈이나 하면서 여유롭게 살아가니 복 많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부디 그 복 계속 유지하고 건강 잘 지키며 행복하게 살기를 축원 하였다.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라 했나? 나도 퇴직한지 10여년이 지났다. 그간 배낭 매고 외국행 비행기 타기가 부지기 수 이다. 국내에 있을 시는 자전거 타고 방방곡곡을 헤매인다. 지금이 그 시기이다. 그 덕분에 옛 동료도 만나는 중이다.
아침에 자전거 타면 맞는 강바람이 2일째 쌀쌀함을 느끼었다. 운동하는 복장이 반바지와 반팔셔츠이기 때문이 아니고 기온이 하강한 것이다. 올 여름은 100여년만의 더위라고 하였다. 그 더위가 비켜가지 않을 것 같이 맹렬 하였는데 지구는 공전하고 계절이 바뀌니 조금 있으면 매서운 추위도 올 것이다. 우리는 더위를 칭할 때 염제, 추위를 칭할 때는 동장군이라고 한다. 왕이 장군보다 몇 단계 높다. 우리 조상들이 잘 만들어 낸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추위는 불을 피우고 옷을 많이 입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더위는 부채 가지고는 해결이 안되었지? 요즘같이 에어컨이 있는 세상에는 만들어지지 못할 단어이다.
낙동강과 한강의 자전거 순례시에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한강은 북한강과 남한강 지역에 약간의 자연이 살아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인간이 거주하고 개발을 하여 자연미를 많이 잃은 곳이다. 반면에 낙동강 지역은 하구의 대도시인 삼각주 지역을 제외하고 하구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경상북도 상주 인근 지역까지 광활한 퇴적층 및 수변지역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어루러저 장관을 보여준다. 철 따라 새로운 경관을 보여 주기도 한다. 매번 보아도 싫지 않은 자연이기 때문에 자전거 타고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올해는 9월초에 방문을 하여 이제 막 억새와 갈대의 꽃순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늦은 가을을 느끼기에는 빠르지만 무성한 억새와 갈대의 잎새를 보는 것만 하여도 좋은 느낌이고, 여기에 더하여 바람이 불면 이 무성한 잎새들이 파도치기를 하는 모습과 바람에 잎새끼리 부대끼며 내는 소리는 대도시에서는 못 느끼는 자연을 느낀다. (Feeling so so gooooood이다 )
자전거 뿐만 아니라 장거리 도보 순례지로서 동해안의 해안 코스와 더불어 낙동강의 도보 순례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하구둑에서 상주시의 낙동강 칠백리 표지석 까지 약 280Km이다. 천천히 걸으면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거리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사전 연습코스로도 좋은 곳이다. 낙동강은 문화재 등이 별로 없는 순수 자연생태 환경의 걷는 길이다. 맑은 공기와 건강을 찾는 건 덤이다.
하구둑에서 북쪽인 상류쪽으로 순례를 하는 중이다. 대구시 현풍면에서 출발하여 대구시 행정구역을 벗어나는 사문진 나루터 까지는 약 23Km이다. 이곳 사문진 나루터는 상류에서 하류로 자전거 여행시는 점심 시간에 지나게 되어 우리 조상님들과 마찬가지로 국밥과 막걸리 한 사발을 먹는 나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오늘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시간이 아침 식사시간이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나루터로 발달한 곳으로 낙동강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하천 교통의 요충지이며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나루였다고 한다. 해방 이후까지 부산의 구포와 경상북도 안동 지역을 오르내리는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 왔다
최근인 2009년에는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개통한 사문진교가 설치되었다. 사문진 나루터라는 지명의 유래에서 보듯이 우리 조상들의 교통 요충지로서 나그네들에게 국밥을 만들어 팔은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광지로 겸하고 공공 단체에서 운영하는 듯한 국밥을 만들어 파는 대형 음식점이 있다. 이 국밥은 우리 조상들의 패스트푸드(?)겸 영혼의 음식인 셈이다. 지어놓은 밥으로 펄펄 끊는 장국에다 김치 한 사발 곁드려 놓으면 되는 간편식이다.
아침에 자전거를 탄지 얼마가지 않아 여태까지 멀쩡하였던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구미시에서 마감을 하기로 하였는데, 휴식을 취하고 나니 괜찮아서 마음을 돌려 최소한 상주의 낙동강 칠백리 표지석을 보려면 1일 더 가자고 마음을 고치었다. 조금을 더 가니 다시 아프다. 주니어 시절이었으면 인체의 한계까지 몰고 가겠지만 지금은 무리하면 회복이 어렵지? 더 이상의 주저 없이 구미시로 진입하여 서해안의 군산-무안 구간과 낙동강의 하구둑- 구미시 구간의 5일간의 자전거 국토순례를 마치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승차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