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집착녀의 대명사 -미저리

커튼 콜 후 무대인사
커튼 콜 후 무대인사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는 길 세종문화회관을 지나는데 M씨어터 벽에 아직도 연극 미저리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보았다.

아. 지난 8월 중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저 연극을 봤는데 한 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계속하고 있으니 꽤 롱런 중인 듯하다.

미저리 작품은 예전에 이미 영화로 봐서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연극으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다.영화에서의 미저리는 몸집도 큰 우악스러운 캐릭터였는데 내가 감상한 날의 여주인공은 여리여리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배우 김성령 씨가 미저리 역을 맡아서 그 역할에 잘 어울릴지 약간의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18년 초연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공연되며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중이라 한다. 남주인공인 작가 역에 탤런트 김상중과 안재욱이 더블 캐스팅 되었고 섬뜩한 여주인공으로 김성령과 길해연 배우가 캐스팅되었는데 내가 감상한 날은 안재욱과 김성령이 열연했다.

연극 미저리는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내용은 베스트셀러 작가 폴 샐던을 향한 기괴한 열성 팬 애니의 광적인 집착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사회의 병적 현상 중 한 부분인 스토킹을 주제로 삼았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박진감 넘치고 스릴있는 연출로 관객을 몰입하게 했다.

베스트 셀러 작가 폴이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눈을 뜨고 보니 애니라는 여성의 집이었다. 전직 간호사인 애니는 작가의 소설을 매우 좋아하는 팬으로 정성껏 다친 폴을 치료해 주는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미저리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죽는 것으로 마무리된걸 알고 극도의 흥분에 쌓여 폴을 협박하기 시작하며 결말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고치라고 종용한다.

다리를 다쳐 꼼짝없이 누워있게 된 폴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시키는 대로 하는데 탈출할 기회를 엿보던 걸 들키고 애니는 다 나아가는 폴의 다리를 망치로 내려쳐 다시 걷지 못하게 만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결국 극도의 광기에 빠진 애니는 실종된 작가 폴을 찾아온 보안관을 죽이고 몸싸움 끝에 자신도 죽음을 맞는다. 무서운 이미지로만 생각했던 미저리 역은 김성령의 세련되고 깔끔한 연기로 잘 표현되었고 안재욱과 보안관 역 배우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

참으로 빗나간 스토커의 애정은 무섭다는 걸 느끼게 했으며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결말이라 안심되고 재미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무대장치도 깔끔하게 변형되어 보는 즐거움도 컸다. 매우 뜨거웠던 날 으스스한 스릴러 연극 한 편으로 서늘함을 느낀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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