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돕는 미풍양속

 

화려한 꽃의 향연이 한바탕 지나고 연둣빛 파릇한 새싹이 예쁜 싱그러운 초여름이 시작되었다.

주말 오전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보니 아파트 정문 옆 한쪽에 대형버스 한 대가 서 있고 양복 입은 남자들과 한복을 맵시 있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차에 오르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아하- 아마 동네 어느 분의 자제 결혼식에 단체로 참석하는 하객들인 것 같다.

그 풍경을 보니 몇 해 전의 일이 떠올랐다. 은퇴 후 별 일없이 놀던 남편은 내가 일지 못 한 사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나 보다. 같이 집 앞의 북한산 국립공원에 약수라도 받으러 갈 때면 나는 알지도 못하는 온 동네 사람과 다 인사를 나누었다. 약간 폐쇄적인 성격인 나보다는 많은 사람과 인사하고 지내는 남편의 성격이 좋아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이번 주말에 청주에 같이 갔다 오겠냐고 물었다. 동네 분의 딸이 결혼하는데 신랑 측의 본가가 청주라 그곳의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걱정은 청주에 연고가 없으니 하객이 없어 자리가 빌 것을 염려해서 동네 사람들이 같이 참석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 꺼렸지만, 남편은 품앗이로 다 서로 돕는 일이니, 나들이 삼아 다녀오자고 설득했다. 설득당한 척했지만 실은 나도 좋은 계절에 어디로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자녀가 하나이고 이미 결혼시켰으므로 그분들과 품앗이는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계절에 큰 버스를 타고 청주까지 가서 예쁜 신랑신부를 응원하며 맛있는 피로연 음식까지 먹고 왔으니 남편에게 감사한 매우 즐거운 하루였다.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신랑신부에게 진심으로 손뼉을 치며 앞날을 축복해 주었고 그러면서 이런 게 사람 살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꼭 잘 아는 사람 아니어도 하객 부족할까 걱정하지 않게 동참해주는 이웃이 있는 우리 동네가 비록 변두리지만 참으로 정겹고 좋은 동네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오늘아침 본 풍경도 품앗이건 아니건 아는 분의 좋은 일에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떠나는 사람들이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 졌다. 이렇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미풍양속은 언제까지라도 지켜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언젠가의 그리운 그 날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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