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창시절의 추억

담장의 넝쿨장미
담장의 넝쿨장미

잘 부푼 팝콘 같은 탐스러운 벚꽃, 어릴 적 병아리 떼 종종종, 하는 노래가 생각나는 샛노란 개나리, 화전에 쓰이던 고운 분홍빛 진달래, 그 자태가 너무나도 우아한 자목련 백목련, 어느 향수 못지않은 향기로운 라일락, 거기에 쌀밥처럼 풍성해 보여 붙여진 이팝, 조팝나무 등 우리 곁에 가까이 있던 봄을 알리는 전령 꽃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출 즈음 우리는 계절의 여왕 장미를 만난다.

 

‘of all flowers me thinks a rose is best’ 모든 꽃들 중 최고는 장미라고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장미는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

아름다운 장미가 전쟁에 얽힌 일도 있는데 15세기 영국의 왕위계승권을 두고 붉은 장미를 문장으로 한 랭커스터 가와 하얀 장미의 요크 가와의 전쟁이다.

그래서 이름도 장미전쟁, 이름만은 낭만적이다. 그들은 두 가문의 결혼을 통해 화해하고 튜더왕조를 세웠다. 이를 기념하여 화합의 상징으로 튜더 장미 문양이 만들어지고 오늘날 영국의 국화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장미는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의 꽃이기도 하다. 그게 한 송이든 한 다발이든 상관없다. 무릎을 꿇은 남자가 장미 꽃다발을 여자에게 건네는 장면은 언제라도 가슴이 설레고 미소를 짓게 해 준다.

장미는 덩굴장미와 나무장미로 크게 나누어지며 수많은 품종이 있고 모양도 다르다.

화려한 모양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으니 예쁘다고 함부로 만지면 안 되듯이 아름다운 여자일수록 감춰진 가시가 있다고 장미에 비유하기도 한다.

 

내가 대학생일 때 5월이 되면 각 학교에서 메이퀸 뽑는 축제가 있었다.

나는 마음이 곱지 않았던지 공부 잘하고 얼굴 예쁜 학생을 뽑아 여왕으로 추대한다는 그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여학생인데 한 명을 가장 높은 단상에 앉게 하고 시녀로 불리는 학생들이 그 옆으로 들러리를 선다는 게 싫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아마 내가 메이퀸이 될 수 없어서 난 심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대 메이퀸은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유명한 축제였는데 내가 이대생이 아니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기도 하다.

다른 여대에서도 비슷한 축제가 열려 메이퀸을 뽑았다.

 

그런데 청파언덕의 우리 학교는 너무나도 낭만적이고 멋진 메이퀸 축제가 있었다.

5월이 되면 다른 학교처럼 예쁜 여대생을 뽑는 게 아니라 본관 교정 앞 화단에 여러 품종의 장미를 심어 번호를 붙이고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에 학생들이 투표해서 5월의 메이퀸을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장미의 품종은 잘 모르지만, 당시 나는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가진 활짝 웃고 있는 장미에 한 표를 주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투표한 꽃이 메이퀸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기뻐하며 즐거웠던 추억이 새롭다.

예쁜 여학생 선발이 아닌 이렇게 자연적이고 아름다운 메이퀸 행사가 있었던 우리 학교가 참 자랑스러웠다.

 

졸업한 후에 장미꽃 메이퀸 행사가 얼마나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시절 있었던 멋진 추억의 한 부분이다.

친구들과 교정을 거닐며 화단에 핀 장미꽃을 감상하던 기억이 나를 아스라이 먼 동화의 나라로 이끌어 주는 것만 같다.

이제 그때가 그리워 가슴이 먹먹한 장미의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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