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대 화제영화

미나리 Minari , 2020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에 올라 있는 영화다. 3월3일 한국 개봉 이전에 이미 골든 글로브 상을 비롯하여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27관왕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화제였다. 그 외에도 최우수 세대통합상, 어른들을 위한 영화로도 선정되었고 4월 아카데미 상 수상도 거론되고 있는 수작이다.

이 영화는 한인 2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하여 만든 영화다. 주연에 스티븐 연, 한예리, 운여정, 엘런 S. 김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의 포인트로 윤여정의 자연스런 연기를 눈여겨보는 재미도 있다. 특별한 장면에서의 열연이라기 보다 오랜 연기 생활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연기가 인정 받게 된 모양이다.

무대는 1980년대 낯선 땅 미국 아칸소다. 한국 출신의 이민 가정이 컨테이너 하우스 같은 한적한 땅에 도착한다. 젊은 부부 그리고 남자 여자 아이 각 한 명이다. 아이들은 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토질이 비옥하다며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이민 오는 사람들이 연간 3만명인데 분명 한국 음식이 그리울 거라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채소를 기르기로 한 것이다.

엄마 ‘모니카’(한예리 분)도 동네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병아리 암수를 감별하는 일이다. 병아리의 성기를 관찰하며 암수를 가려내는 일인데 한국인들이 감별 정확도 및 속도에서 빛을 보던 분야다. 암컷은 산란용으로 키우게 되지만, 수컷은 쓸모없다며 그대로 불태워 죽인다.

부부가 모두 생업에 바쁘다보니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외할머니가 온 것이다.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 분)가 도착한다. 아이들은 늙어서 냄새나고 촌티 나는 할머니가 못마땅하다. 그러나 아이들을 돌보며 인근 개울가에 미나리를 심어 놓고 갈 때마다 미나리의 성장을 보며 대견해 한다.

농장은 물이 없어 척박한 땅이다. 아내는 시골 생활을 못 마땅하게 여기며 남편과 수시로 다툰다. 그러나 남편은 식수까지 써가며 농작물을 가꿔 드디어 마을 식품 회사에 납품까지 하게 된다.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가져 오는 기존 수입선에 비해 가까운 공급지라서 신선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 것이다.

한편, 남자 아이가 심장에 문제가 있어 할머니를 제외한 가족이 모두 병원에 간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귀가하는데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근간에 몸에 이상이 와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큰 드럼통에 쓰레기를 넣어 태우다가 실수로 농산물 창고로 불이 번져 모두 불타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불길 속에서 필사적으로 창고 안의 농산물을 꺼내 보지만 역부족이다.

폐허가 되어 농산물 납품의 꿈도 날아가고 가족이 지쳐 한 공간 바닥에 누워버린다.이 부분이 한국적이라며 관심을 받은 장면이기도 하다. 제이콥은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가 개울가에 심어 놓은 미나리를 따면서 새 희망을 꿈꾼다.

이 부분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상하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 스칼렛 오하라는 전쟁 시절 온갖 고생을 하면서 가꾸었던 농장이 마지막 그녀의 안식처로 떠오른다. 모든 것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지만, 그녀에게는 "내일은 또 다른 내일"(tomorrow is another day)라는 희망의 태양이 떠오른다. 이런 불굴의 정신을 높이 사는 것이다.

미나리는 한국인에게는 특별한 작물이다. 지천에 흔한 식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국화 무궁화처럼 벌레와 질병에 저항력이 강하고 생명력이 끈질기다. 물을 정화할 수 있는 특성도 있다. 미나리꽝은 지금의 하수처리장 같은 역할도 겸했다. 그래서 오폐수를 집의 미나리꽝에 버리거나,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에 미나리를 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맛과 향이 독특한 향미가 있어 김치, 찌개, 국, 무침 등 여러 용도로 쓰인다. 이런 의미로 볼 때는 한국인의 기질이나 환경과 닮은 식물이기도 하다.

바퀴달린 컨테이너 하우스는 영화 '기생충'에서의 반 지하 집을 연상하게 한다. 가족애도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영화 기생충과 여러 모로 비슷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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