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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가운데
장마 가운데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20.06.27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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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부터 모락모락 모닥불 살아오르 듯한 희미한 냄새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정원에 나가면 없는 것 없었든 무엇이 나 몰래 침입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무얼 가 늘 있는 현상이지만 늘 의문을 품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2, 3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돼지 가축농장에서 퍼져 나오는 동물 냄새다. 농장은 아주 오래되었다. 동네에 인가가 전혀 없는 시절에 도에서 장려한 산업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주위에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아주 애물단지다. 숙박업을 하는 영업주들은 아주 질색을 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이웃들이 모여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써서 내보내기 작전을 한 모양이다. 개발되는 농촌에서 늘 있는 이해갈등이다.

​그 집에서 나오는 냄새는 아주 정확한 일기예보다. 특히 장마전선과 나와의 거리는 정확도가 아주 높다. 곧 내 집 문 앞에 도달하려니 했는데 드디어 창밖에서 거리낌 없이 쏟아내리는 빗줄기는 슬슬 집중호우 대비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성질 급하기도 한 비다. 처음에는 좀 부드러움으로 저항 모르는 풀잎들의 환영사를 받아들일 것이지. 비록 재수 없는 일이라도 내 예감이 맞는다는 건 잠시 희열감을 준다. 재수 없는 것에 지나 불행한 일이라도 내 예감이 맞았다는 건 그 자체로 어리석은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역시 나는 예지력이 있는 편이야 하고, 우습고 희한한 인간 심리지만 작은 부분은 그렇다.

​냄새가 비 오는 날에 심하다 보니 나는 이제 비 오는 날에는 자연스럽게 이 꼬리꼬리 한 동물 냄새가 비 냄새가 되고 있다. 비 냄새는 잊어버렸다. 피부가 축축해지면 후각에서는 이미 비릿비릿한 축산농장의 냄새가 맡아진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건 처음부터였다 싫지 않았다는 건 그게 시골의 냄새 시골 향기라고 해석한 탓이고 그 탓은 내가 시골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본 감각 성향이기도 하다.

​작년이었나? 이미 부동산 경기는 죽어있든 때다. 지나가는 사람으로 보이는 낯선 사람이 이런저런 말을 붙였다. 이성을 부끄러워할 나이도 아니고 낯선 사람을 경계할 만한 시간도 아니라 주섬주섬 묻는 말에 대답했다.

​여기는 냄새가 지독하여 머리가 지긋지긋 아프다지요? 뚱딴지 소리다. 예? 평소에는 전혀 냄새가 없는데요? 아이 무얼 그러셔요, 동네 사람들이 다 그러던데.... 저기압 되면 냄새가 있지만 그게 시골 냄새 아니든가요? 시골 살면서 시골 냄새 싫으면 안 되지요. 그러려면 도시에서 살아야지요. 했다

​한참 후에야 나는 그 아저씨 저의를 알아챘다. 땅을 헐값에 사고 싶다는 것. 간단하네요 냄새를 잘 소화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 동네 살고 못 견디면 축산농장을 피하셔야지요. 나는 냄새가 아주 친숙해졌습니다. 바닷가에서 생선 비린내를 맡아야 아~ 내가 해변을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나 같은 천성이 촌사람들은 여길 꺼리지 않아요.

​주룩주룩 비가 세차지면서 이제 비는 도시 사람이 골이 지긋지긋 아프다는 냄새도 씻어 갔다. 중산간 지역에는 호우주의보였는데 장마 첫솜씨가 만만찮다. 야무지게 내린다. 빗속에서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혹 손볼 것 있나 하고, 엄청 큰 지렁이 한 마리가 괜히 지표면으로 나와 어리둥절이다. 제 집인 땅속에서 가만히 있을 일이지 바보 같은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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