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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인사
아침 인사
  • 박영희 기자
  • 승인 2020.05.31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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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지만 어떤 글을 읽고 난 후 갑자기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앞뒤 구별 못하는 이기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공감대를 연결하려는 마음이다. 가슴으로 읽는 동시, 박동순 동시 작가의 글을 접하고 새삼스럽게 느낀 발작이다.

곱씹어 읽고 또 읽었지만 도대체 첨삭(添削)이 불가하여 원문(源文) 그대로 소개하는 토요일 아침이 상큼하다.

 

    아침 인사       - 양윤덕

할아버지 집에                                                                                                                            

비둘기 한 쌍 둥지를 틀었다.

- 어이, 비둘기! 밥 먹세!

할아버지 아침 인사

하나 더 늘었다.

 

여섯 줄의 시(詩)에 마음을 데우는 촘촘한 열선이 깔려 있다. 열선(熱線)을 타고 아침이 사뿐사뿐 걸어든다. 마음 熱線에 따스함이 스민다.  熱을 발산(發散)한 것은 '어이, 비둘기 / 밥먹세', 인사 한마디다.

아침 인사라면 으레 '굿모닝, 좋은 아침'일 줄 알았는데, 어? 그게 아니네. 판에 박은 인사가 아니네. 사람 아닌 비둘기에게 건넨 뜻밖의 인사가 신선한 충격파를 밀고와 가슴 뜰을 적신다.

할아버지는 비둘기에게 인격을 부여했다. 비둘기는 할아버지 식구가 되고, 친구가 되었다. '어이, 비둘기 / 밥 먹세'라는 부름이 그걸 말해준다.

할아버지를 친구로 둔 비둘기는 행복하겠다. 이 정도 인사를 나눈다면 동물 사랑에 대해선 더 물어볼 필요도 없겠다. 꼭 내가 기분 좋은 아침 인사를 받은 듯하다. 다정스러운 '어이, 밥 먹세'. 하루가 싱긋, 웃음을 띠고 다가온다.

아프지 않은 사람까지도 공적 마스크 쓰고 소독한 손을 씻고 또 씻으며 비말(飛沫)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 불편하고 우울한 시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침을 맞이한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다.

세상 모든 현상의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우는 정감(情感)이 묻어나는 할아버지의 아침 인사가 눈부시다. 우리는 홀로 있지 못한다. '비둘기'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아침 인사의 숙주(宿主) 우리 안에 있다.

바이러스와 전쟁,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천박한 가슴에 둥지를 틀었던 토요 편지에게 행복한 비둘기의 인격을 부여하고 14년 6개월을 버텼다.

아직도 배가 고픈 750호가 할아버지의 아침 인사를 엿듣고 살며시 웃고 있다. 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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