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04-09 08:37 (목)
많이 생각나는 신영복 교수님!
많이 생각나는 신영복 교수님!
  • 박애란 기자
  • 승인 2020.03.22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무색게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어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C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이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인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사실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서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人性)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내일 온다 온다고 하던 비 한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老炎)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秋涼)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수(秋水)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 '여름 징역살이', 계수님께, 1985. 8. 2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

통혁당 사건으로 20년을 감옥에 갇혀 살아야 했던 '신영복 교수님'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이 책은 옥 중에서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것으로 그의 따스한 인품이 그대로 녹아있다. 1988년 9월 1일 '돌베개' 출판사에서 초판 발행이 됐다.

1980년대 후반에 만나게 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내게 깊은 울림을 준 책이었다. 읽은 지 한참 됐어도 진한 여운이 평생 가는 책 중 하나이다. 그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 깊이 빠졌기에 그런 것이다.

굉장히 개성 있고 멋진 그의 서체 또한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 오랫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낸, '달관의 경지'인 그의 철학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못 뵌 것이 못내 아쉽다.

2015년 서초문화원에서 '서초문화해설사' 강의를 1년간 들었다. 강의 일정에 현장 견학이 있었다. 서초동 법원에 들렀을 때였다. 법원 한쪽 벽에 그간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됐던 법조 사건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인혁당 사건이 쏙 빠져 있었다. 많이 허탈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그런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군사정권은 1975년 4월, 8명의 사람을 사법살인을 해버렸다. '인혁당 사건(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이 확정되고 다음 날 4월 9일 비상보통군법회의는 8인에 대한 형을 집행하였다.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하는 등 이 사건은 유신체제 하의 대표적인 인권침해사건으로 기억되었다.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인혁당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조작 사건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었다.

1975년 4월 11일 '유신헌법 철폐'를 부르짖으며 자결을 한 서울대 농대 김상진 열사는 여기에 항거해서 목숨을 버린 것이다. 장기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던 군사정권은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산당이라는 프레임에 가둬서 목숨을 거둬들였다. 참으로 불행한 정치사이다. 아까운 인재들이 목숨을 잃거나 감옥에서 소중한 청춘을 다 보내야 했다. 신영복 교수님도 그중 한 분이었다.

혹시나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닐까? 옆 사람이 두려워진 요즘 '깊은 사색가'인 신영복 교수님이 많이 생각난다.

"좁은 감옥에서, 여름이면 단지 37도의 체온을 가졌기에 옆 사람이 미워지는 자신이 싫다'라는 그의 고백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코로나 시국이 지나가면 다시 사람들을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을까?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다시 좁힐 수 있을까? 내 취미 중 하나인 사람을 좋아하고 탐색하는 걸 다시 즐길수 있을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과 부등켜 안으며 거리낌없이 반가움을 표시 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다시 오려나?

블로그기사 원문보기 : https://blog.naver.com/aeraniris/22177365415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60 일신빌딩 403호
  • 대표전화 : 02-2272-2999
  • 팩스(협회) : 02-722-49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승천
  • 등록번호 : 서울, 아05019
  • 발행처 : 시니어타임스(주)
  • 제호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01
  • 발행인 : 박영희
  • 편집인 : 김봉중(회장)
  • 편집국장 : 변용도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ondjkim@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