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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33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33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20.02.1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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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운전면허를 소지 할 수 있다는 건 법적으로 거의 성인의 나이에 이르렀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그런 조치가 의미하는 뜻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나이는 아니었다. 은근히 나이에 비하여 그리고 부모의 경제능력에 비하여 과도한 차라는 건 알았다. 알았고 그걸 누리면 조금은 특별한 부담이 동반된다는 것도 알았겠지만 그 나이의 남자아이라 그 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렬하였던 것 같았다.

​아무튼 한편으로 부담을 가지고 한편으로 어깨 으스대면서 친구들에게 인기를 누린다는 건 잠시가 될지 모르나 신나는 일이었다. 그래도 내 아이들에게는 작은 양심은 있었던 모양이다. 주말에 내가 요구하는 라이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살금살금 두 시간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드라이브 거리에 볼 일을 만들어 한 사람 한사람 깊은 대화를 했다. 차 안에서 도망갈 수도 없고 다른 것에 주의를 흩어버릴 수도 없는 강제된 환경에서 엄마와 대화는 시간을 메꿀 수 있는 좋은 소일감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일을 핑계로 아이들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인지, 학과목 중 어느 과목을 제일 좋아하는지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인지 장래에 대한 꿈은 있는 건지 전혀 몰랐다가 가늘게 가늘게 작은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였다.

​나아가서 이민자로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야 할 그들을 기다리는 삶터, 사회란 바다가 어떤 조건으로 그들을 대할 것인가를 말해주기도 했다. 사회의 짠맛을 모르는 아이들은 내가 바라보는 미국 사회에 대하여 지독한 편견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반박하기도 하고 한국인들처럼 인종차별 의식을 가진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는 식으로 면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수준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눈치였다. 입으로는 강하게 반박 했지만, 나로서는 엄마로서 꼭 해주어야 할 준비사항들이라 일단 아이들에게 말해준 것으로도 마음은 많이 가벼질 수 있었다.

​다행한 것은 아이들이 누리는 과한 소비를 사회가 견제해 주었다. 아무리 봐도 그럴 나이가 아닌 틴이 너무 고급차라는 것은 고졸의 학력이 대부분인 경찰들의 눈에 고까웠다. 시건방진 것, 하는 생각이었을거다. 분에 겨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는 건 더럭 딜러라는 건 상식이다. 상식을 이유로 불심검문을 받았다. 짐칸까지 샅샅이 조사받는 일이 거듭되었다. 작은 아이의 스포츠카는 차가 궁둥이를 떼면 스피드 티킷이 건물벽에서 펄럭이는 만국기 마냥 아이의 눈앞에서 펄럭거렸다.

​스피드 티킷은 벌점이 높다. 한 번 만 더 티킷 받으면 면허취소될 판이다. 친구들과 스피드를 즐길 만큼 즐겼다 싶을 무렵에는 나와의 약속 때문에 공부시간에 교실에 차분히 앉아있었다는 걸로 엄청 성적이 올랐다. 스스로도 믿기기 어려울 만큼 성적이 껑충 뛰었고 공부가 삶의 재미에 크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슬슬 숙제도 하고 페이퍼도 제출하더니 책을 만지작거렸다. 차를 처분하겠다고 아이가 먼저 말했다. 스포츠카 팔았다. 중간 가격 정도의 승용차로 대체했다.

한 번 오르기 시작한 성적은 상향으로도 가속도가 가능한 양 쉽게 올랐다. 아이를 중심으로 주위의 사람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아이는 학교문화가 오히려 더 안정되고 편안하며 자기에게 친화력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였다. 내 아들들이 학교로 돌아온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아이비 대학으로의 진학은 불가능하였다. 일단 입학 허락되는 학교에서부터 시작한 대학과정은 아주 순조로웠다.

​이제 나의 두 아들들은 40대 후반으로 탄탄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다. 지금으로는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성공적이다. 내 기대 이상이란 내 아들들이 틴이었을 때 아들에게로 향한 내 꿈에 톤으로 퍼부은 얼음물 때문이기도 하다.

​자녀들은 아무리 부모가 최선을 다하여도 부모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칭찬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도 나에게 많은 불만족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 고마운 점, 우리 엄마만이 할 수 있었다고 칭찬하는 건 있다. 간혹. 아주 간혹. 그중 하나가 그리고 제일 먼저, 이 차 이야기다. 자기들의 첫 차와 자동차와 연계하여 인생 궤도를 수정한 것은 아주 드라마틱 하였으며 시기도 절묘했다고,

​지금 아들은 간혹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면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주차 티킷도 받지 않은 차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제 아들이 틴이다. 내가 혹 아들이 자기 틴의 아들과 부딪힐까 봐 미리 한마디 해두었다. 너 틴에이지 시절을 항상 염두에 두어라. 아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마라. 예민하여 깨지기 쉽다.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 날 때는 엄마가 산고를 치렀지만 이제 의식이 독립하는 시점에는 아빠가 산고를 치러야 한다고.

이제 나는 은퇴를 하여 모든 문제와 삶의 중심에서 관객의 자리로 옮겼다. 관객은 무대 위의 모든 상황들이 오로지 추억이고 교훈이고 예술이고 재미고 철학일 뿐이다. 현실은 아니다. 따라서 주저리주저리 할 말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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