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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30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30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20.01.2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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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그렇겠다.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사회가 변한다는 다른 말이겠고 사회가 변한다는 것은 사회의 뉴런과도 같은 가정이 바뀐다는 의미라 말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실은 우리나라는 그 이전으로 올라갈 것도 없이 육이오 전쟁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가정의 기능은 많이 변화되었다. 시대가 가져오는 시간적인 원인과 그 사회가 겪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변화함은 거대한 한 사회가 다 함께 변화하겠지만 이민을 통하여 일어나는 변화는 상당히 지엽적인 모습이고 특수하다고 말해도 되겠다.

​부부 사이에서의 국내에서는 없었던 이민 환경에서의 갈등도 극복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시간대에 태어나고 성장하였으며 같은 사회적인 환경이라 조금 쉽겠거니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부부 사이에서도 함께 겪는 환경의 변화로 일어나는 갈등도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건 자녀들과의 거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쉽게 해결책이 나왔다. 자녀와는 이미 뼈대가 이질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이 되었다. 심각함은 아이들이 대면하는 사회적인 환경과 부모들이 경험한 사회적인 환경의 다름이 시간이란 인자도 있지만 그보다 깊게는 사회, 전통, 의식, 인식 등으로 보이지 않는 가치관이 원인이 될 때 심각성은 매우 깊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학교교육이 100%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가정에서 잘 공조를 이룰 수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민 전에 남편은 미국에서 고급 교육을 받았다는 학력에 너무 자만심과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이런 것들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도대체가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에 매체가 되는 아이들의 마음이 열려있지를 않았다. 부모들은 무조건 자녀들을 통하여 사회적인 성취를 바라는 하드 드리이브를 거는 사람으로 알았다. 우리가 그런 태도를 보였거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기억하는데 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나도 그렇지만 남편은 더욱더 아이들로부터 사회적인 성취도의 대리만족이라는 건 자존심으로도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허락하는 행동들이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나에게는 춘향이 머리만큼 길게 늘인 머리가 도대체 고등학생의 복장 코드에 합당하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용납이 되었다. 그 무렵 긴 머리는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록그룹 패션 따라 그런 머리를 한 아이들이 많았다. 열여섯 생일이면 성인식이라 하여 생일파티가 별난데 그 생일파티에서 돌아오는 날에는 알코올 냄새가 멀리서도 맡을 수 있다.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우리 시대에는 대학생에게나 있을 법한데 늦은 등교도 하고 이른 귀가도 한다.

아직은 잘 짜인 틀에서 질서를 지키는 훈련이 필요한 나이라 생각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유와 선택권이 너무 광범하게 주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 시간의 그 사회가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허락하는 환경이라니 우리는 아직 영글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칠 치명적인 대미지를 생각하면 영 불안하여 좌불안석이 되었다. 나로서는 아주 그럴듯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아이들의 마음 상하지 않게 한다고 대화를 준비하고 마음도 정리하여 시작해보는 대화라도 단 1분도 대화를 지속할 수 없었다. 엄마는 옛 날 말하지 말라고 그 시대는 지나갔고 지금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없단다. 변화하는 사회에는 변화한 사람들이 살 수 있다는 식이다. 말하자면 새 술은 새 부대라야만 하다는 말인 모양이었고 나는 구세대의 구석기 시대 사람이라 대화하거나 자기들을 이끌어 줄 만한 능력이 없다는 자격 미달이라는 성적표였다. 콱 쥐어박고 싶었다. 시건방짐이 아니꼽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누구한테 생각 없이 산짐승 우는소리를 질러대는고 하면서 속이 터졌다. 나보다 더 차분한 성격인 남편은 아이와 대화 시작하면 금방 고함으로 대화를 단절시키지만 모성이란 게 큰 힘인지 나는 그래도 꿀걱꿀걱 눈물까지 찔끔이며 참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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