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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26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26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2.2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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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들 (6)

나는 폭동 현장에서 몸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안이 아니라 밖이란 이유가 폭도들의 폭력을 더 쉽게 넘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폭력이 나에게도 들이닥칠 수 있는 같은 환경에서는 폭력의 위협은 오히려 공간의 효과로 그리고 객관적인 냉철한 눈에서는 더 무섭기도 했다. 멀리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사회가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는 냉혹함 앞에서 초라하게 자아가 수축되는 시간은 엄청 길게 느껴왔다.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음에도 한국인들은 정말 신속한 대처능력을 발휘하는 듯 보였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폭도들의 무모함이 이해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이성을 찾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은근과 끈기란 긴 역사의 지혜이기도 했을 것이다.

​끈질긴 악의 꼬리가 설쳐대었고 정의의 편에 선득 나서는 사람이 없는 힘만이 난무하는 무질서의 상태에서는 자위 (自衛)만이 생존이 가능하고 한인들의 능력과 품위가 바로 설 수 있었다. 깊게 숨겨놓은 우리의 얼이 나타나난 것이라고 할 거나, 우리의 예비역 군인들이 결연히 일어섰다. 받은 훈련과 경험이 있는 예비역들이 조직적으로 한인 상가 방어에 나섰다. 현실적인 힘으로 맞 상대하게 되었다. 폭도들에게 약하여 때리면 얻어맞아 터지기만 하는 무기력한 소수민적이란 얕잡아 봄에서 정신 들게 만들었다. 한인들의 반격이 예리하고 능률적이었으며 그들이 무시할 수 없는 가공한 힘이었다.

​무력이 오가고 폭력이 난무하고 파괴가 이어지든 도시 한가운데의 전쟁터는 관객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할까? 도시에서 그 무질서는 처음부터 지속기간이 길 수도 없었다. 피폐한 거리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악의 흉측한 모습을 들어내고 사태가 수습된 바로 며칠 후이었다. 한인들은 조용하게 시가행진을 했다. 입을 단단히 막고 단지 조용하게 행진을 했다.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소수민족문제가 이런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시사하였다.

흑인들에게는 흑인 인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이며 정당한 길을 찾지 못한다면 자멸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각심을 불러주었다. 덩달아 한 발 끼어든 남미인들! 무임승차로 폭력으로 하찮은 물건들을 가져감으로 그들의 가난은 조금도 해결될 수 없음을 일깨웠다. 그들이 안고 있는 흑백의 인종 문제를 차별 대우를 받아 분노하고 있는 흑인들에게 분노의 발산을 교묘하게 일시적으로 약자에게 돌려버린다고 궁극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주류 백인 사회에게 강변하였다.

​뿐 아니라 약자이기에 도어 맷(door matt)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힘을 시사하였다, 한인들은 단결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이후로는 열이 들어오면 백으로 갚아주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다. 교민사회에서는 시가행진으로 정치적인 쇼만 하지는 않았다. 지역 행사에 적극 참여하였다. 타민족의 행사에 적극적인 참가를 하였다. 좋은 단체나 좋은 의도의 행사에 기부하기 시작하였다. 정치 모금에도 동참하였다. 선거권 행사의 중요함도 알았다.

​물론 이런 변화의 계기는 비단 엘에이의 폭동 사건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 동안 미국 사회에서 개인의 기반 다지기에만 골몰하였던 교포들은 남다르게 빠른 시간에 상당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처음의 목표에 너무 몰입되어 주변 살피기에 느슨했던 실수를 저지른 거였다. 여유도 생긴 참에 사건도 발생하여 획기적인 생각의 변환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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