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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애플 24
[김갑숙의 미국생활기]애플 24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2.1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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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들 (4)

1992년 4월에 발생한 엘에이 코리아타운 흑인 폭동 사건은 한인사회에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한인사회뿐 아니라 모든 미국 내의 이민사회에서는 쓰나미급 충격을 주었다.

비단 한인사회만이 아니라 미국이 암세포처럼 잠정적으로 품고 있는 흑백 문제가 이 사건을 통하여 표출되기도 했다.

​92년 4월 29일에서 5월 4일까지 엘에이의 한인타운을 거의 초토화하다 싶이 한 이 흑인 폭동은 폭발한 동기가 있었다

그전 해인 91년 3월에 로스 앤젤리스의 백인 경찰이 흑인 로드니 킹의 교통위반을 단속하면서 불복하는 로드니 킹을 구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경찰의 과잉단속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백인 경찰의 흑인 차별이라고 흑인컴뮤티에서 불평이 나왔다. 흑인들의 불만이 한계점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 사건과 함께 같은 시점에 한인 상가에서는 한인 주인과 흑인 소녀 사이에 물건을 훔치려 했다는 것으로 언쟁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인 주인이 흑인 소녀에게 총을 쏘았고 흑인 빈민 소녀는 총격으로 죽었다.

​이 두 사건은 형사재판을 하였고 백인 경찰관과 한인 상점의 주인에게 경한 벌이 내려졌다는 것이 흑인 커뮤니티의 주장이었다. 경찰관은 임무수행 과정이란 것이 참고가 되었고 한인에게는 초범이며 고의성이 없다는 것이 판결의 중요한 이유였다.

​이런 가벼운 판결에 분노한 흑인 폭동이었다.

한인 상가가 타깃이 된 것은 그들에게 한인사회가 가장 취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흑인 거주 지역에 가게를 가진 대부분이 한인이었고 한인들은 한인타운에 밀집하였기에 쉽게 타깃이 되었다.

분노한 군중들의 감정은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골 깊게 흐른다. 그들 자신도 분노의 원인도 대상도 잘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우선 가장 손쉬운 목적물을 설정한다, 그들 내면의 뿌리 깊은 아픔은 한인들보다는 더 힘이 강한 백인 사회였을 것이지만 한인사회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로 흑인들의 방향 잃은 무모한 반항에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폭동의 규모가 커진 데는 라틴계 가난한 사람들이 합세하였기 때문이었다.

​며칠 사이에 벌어진 폭동으로 파괴된 피해 정도는 국가 간의 작은 지엽 전쟁 정도 수준이라는 말을 했다.

사망 63명, 부상자가 2000명, 체포 12111명, 재산피해액이 10억 달러 이상이라는 집계가 나왔다.

​초기 사건 보도 화면에서는 난동의 폭도들이 가게에 쳐들어가 주인을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었다.

히죽히죽 웃음을 흘리며 무슨 축제에라도 나온 사람처럼 아귀가 먹어대 듯 물건을 가져나가는 폭도들이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었다. 물건보다는 이성 잃은 폭도들의 동물성에 몸서리쳤다. 우리 교민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절박함에 먼 곳에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에 무질서와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공권력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몸만 도망가 버리지 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발을 동동 굴렸다.

​불난 가게, 마구잡이로 파괴된 가게 시설, 메뚜기떼가 벼를 훑어 가 듯 상품들을 싹 쓸어갔다.

티브이를 통하여 계속되는 사건 현장의 보도는 텅 비어 가는 가게들이었다.

꾸역꾸역 연기를 뿜어내는 가게도 있었고 한쪽이 찌그러진 선반이 마치 무감각이 된 한 팔을 벌리고 있는 가련한 사람의 팔 같았다.

급하게 가져가다가 떨어뜨린 상품들이 여기저기 뒹굴었다.

깨어진 술병, 뭉개진 과일 야채들, 생채기 투성의 봉지들로부터 삐죽이 나온 크래커 치즈 칩들이 바닥을 덮었다.

​국가와 국가도 아니면서 한 국가 안에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힘으로 인간일 수 없는 동물적인 힘으로 이겨보려고 폭력을 사용하였을 때의 비참함과 무서운 파괴력을 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질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기본 삶의 터전을 침몰하게 한다. 있었어는 안되는 나와 너의 구별 없이 함께 괴멸하는 부정의 힘임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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