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2-13 06:13 (금)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21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21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2.01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건들 (1)

처음부터 좋은 동네에 집 마련도 하고 고급스러운 동네에 비즈니스도 잡는 이민이 오면서 실제로 먼저 온 교포들에게도 간접적인 낙수효과는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라도 돈을 잡고 있다고 그 사회의 삶의 터전이 되는 건 아니었다. 돈은 투자되어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길에서는 먼저 각 분야에 자리 잡은 교포들이 후발 이민들이 가져온 자본이 풀림으로 2차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집을 장만하려면 부동산 에이전트를 찾았고 다른 비즈니스들도 매매가 활발하여졌다. 사교육비가 정상의 교육비로 자리 잡은 여유 있는 후발 이민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언어 문제로 학교교육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처음부터 사교육에 의존하였다. 여기저기 학원이 생겼다.

돈은 움직이면서 마찰열을 만들었다. 한국인이 모여서 하는 모든 행사에는 풍요로운 모습이 되었다. 물론 후발 이민의 부가 이 풍요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동안은 이국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1세들이 본인들의 생활환경 개선이나 소비생활에는 전혀 무게를 두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여 번 달러는 재투자를 했다. 그런 교민들의 마음이 후발 이민들의 여유 있는 소비생활로부터 자극을 받은 부분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1세들이 건강을 챙겨야 한다. 가정의 행복이 먼저다. 우주보다 귀한 내 몸이다. 돈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의식하기 시작하였다. 인간 의식의 변화가 단순하지는 않다. 외부적인 환경요건이 있는가 하면 내부적인 원인도 다분하다. 뉴욕뿐 아니라 다른 미국 내의 대도시에서 교포사회가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교포사회의 이 의식변화를 시기적으로 획을 긋는다면 80년대 말부터의 자본 이민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무서운 사건, 미국 사회는 물론이지만 특히 우리 교포사회에서는 지구 멸망의 뉴스라도 되는 듯 전율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내 가게와는 멀지 않은 아주 고급 동네에서 사건은 발생하였다.고급 주택가의 고급 주택의 한인가정이다. 낮에 학교에서 귀가한 남자고등학생 오빠와 여중생 동생이 칼에 난자를 당하였다. 남학생은 현장에서 사망하였고 동생인 여중생은 의식불명으로 발견되어 병원에 이송되었다. 그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도 엽기적이지만, 도난당한 물건이 없는 청소년 살인사건이라 사회에 준 충격은 엄청났다. 사흘 정도 여중생은 의식을 찾지 못하였다.

​그 사이에 미국 수사 당국은 발이 빠르게 움직였겠으나 교포사회의 루머는 생업을 희생하면서까지 와글와글 거렸다. 애매하게 부모들의 부부관계도 루머의 도마에서 춤을 췄다. 요지에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성공한 그 부부는 적이 많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비즈니스 거래하면서 남에게 못 할 일도 많이 했다는 엉뚱한 복수 놀이도 했다.

​사흘 후에 여중생이 의식을 회복하였다. 어린 희생자가 진범을 지목해 주었다. 놀랍게도 가해자는 그 해에 한국에서 이민 온 희생자와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청소년이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2년을 마쳤으나 대학 진학 준비에 시간이 짧아 지장이 있을 것 같으니 한 학년 내려 다시 고 2로 편입하였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반이나 가해자보다 나이나 학력으로 후배란 이야기다. 선후배를 따지지 않고 너나로 통하는 문화에서 가해자는 피해자가 제 또래 친구처럼 대하는 태도에 모독감을 느꼈다. 건방지게 선배 대접하지 않고! 폭넓게 사회를 수용할 능력이 미숙한 기만 세어 기고만장한 청소년이다. 초기의 밟고 넘어야 할 언어 문제가 있었을 것이니 학교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더 심각했을 것 같다. 분노와 스트레스가 분출구를 찾지 못하여 포효하는 동물인 상태에서 나이도 어린 후배 동급생! 그가 누리는 편안한 학교생활과 우수한 성적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더 증폭시켰을 것이다. 충동이 원인이긴 하겠으나 작은 부분 범행 행위는 계획된 부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수사 결말이었다.

​두 먼 거리의 다른 문화권이다. 어른들의 무조건 내 아이들이 잘 적응해주리라는 안이한 생각이 사건을 부추긴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사람들은 모이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비즈니스 시간 줄여서라도 아이들과 대화 시간을 만들라는 충고들을 서로서로 했다. 그때 내 아이들도 고등학생이었다. 나는 피로를 핑계로 잦게 하든 저녁 외식을 줄였다. 저녁만은 가족이 반드시 함께 내가 지은 집 밥으로 하리라 결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60 일신빌딩 403호
  • 대표전화 : 02-2272-2999
  • 팩스(협회) : 02-722-49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승천
  • 등록번호 : 서울, 아05019
  • 발행처 : 시니어타임스(주)
  • 제호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01
  • 발행인 : 박영희
  • 편집인 : 김봉중(회장)
  • 편집국장 : 변용도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ondjkim@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