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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9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9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1.24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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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그 후 (3)

친정 같은 고국이 부자가 되면서 애교스러운 가정불화가 발생했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한국서 온 유학생들의 여유로움을 부러워하며.

엄마 아빤 왜 이민 와서 우리 고생시키느냐?라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하는 대화는 아니었다. 속으로는 기왕이면 고국의 학생들이 많은 나라의 학생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궁상 부리지 않고 공부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울 뿐이다. 이미 미국 문화권에서 자란 교포 아이들은 미국 사회보다는 더 오랫동안 부모가 보호해 주며 부모의 영향권에 있는 또래가 편안함과 안일함으로 은근히 부럽기도 했겠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성인인 대학생이 부모의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력을 은근히 자랑하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곧잘 했다.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 포기하면서 다른 문화권으로 도전한 부모가 드림 체이서라는 좋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성인인 어른들에게는 정말 기 팍 죽이는 일도 더러 있었다. 물론 특수한 경우이긴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웃과 그 댁에 온 손님과 합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 그 손님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만하탄의 선물가게에서 잔뜩 귀국선물을 사 왔다. 선물 꾸러미는 부피가 그리 크지 않았다. 대충 챙겼나 보다 했는데, 샤핑 백을 풀면서 내 눈이 둥그레졌다. 실은 처음에는 나는 그 물건의 값을 알지도 못했다. 손님이 얼마에 샀다고 이야기해주어 알았다. 그렇게 비싼 손목시계도 이 세상에 있느냐고 물어볼 지경으로 나는 고가품 물건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없었다. 수유리에 2천 평의 땅을 소유했었는데 그 땅이 아파트 단지의 가운데가 되었다고 했다. 그분은 롤렉스 금딱지 시계 세 개를 구매했다. 두 사위와 아들에게 선물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부인 딸들 며느리에게 줄 각가지 명품들이 있었는데 그 모든 물건들의 브랜 네임은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촌스럽게 교포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했다. 그 자리에는 여행 온 한국인들이 꼭 들려 샤핑 하는 선물가게에서 일하는 멋쟁이가 있었다. 나더러 당시의 한국 실정을 헤아리는 감각이 너무 무디다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 날에는 한 그룹의 관광객이 들이닥치면서 거의 모든 상품들이 싹쓸이 되었단다. 멋쟁이 판매원이 신고 있는 명품 구두는 매진되어 가게에는 그 상품이 없었다. 구두를 몇 번 사용하지 않긴 하였지만 손님이 꼭 그 구두여야 한다고 신고 있던 신을 벗어 달래기에 팔았다고 했다.

​이렇게 첫 물결은 흥청망청의 소비 군이었지만 시간이 좀 흐른 후부터는 보통의 소비군들이 오기 시작하였다. 방학을 이용한 고정수입원인 사람들, 단기나마 현장의 영어를 들려주고 싶어 학생들 데리고 가족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소비패턴에서 교포에게 거리감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분들과는 작은, 아주 미미한 의식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가 있었다.

​이웃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 강단에 서는 분인데 석 주 여행 왔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지식이나 정보를 위한 시설이었다. 역사적인 시설 자연사 박물관 도서관 등등이었고 공연 관람을 주로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아는 만큼 찾는다는 판단을 했다. 지성인의 해외여행이 알속이 깊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분이 식사 중 그냥 한 말이 있었다. 내가 만난 교포들 중 양복 정장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네, 모두 작업하기 좋은 옷차림들이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웬만한 신문들은 1년 중 한 번씩은 미국 내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의 구성원들과 생활 특성에 대한 특집을 낸다. 그 안에는 정보가 상세하고 정확하다. 그래서 미국인들 중 신문을 구독하는 정도의 상식인들은 웬만하면 각 국민들의 학력이나 교양 정도를 안다. 본인들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우리 손님들로부터 너는 네 나라에서는 스쿨 티처 했었느냐? 란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들은 세탁소를 한다고 저학력이라는 생각을 못 한다. 한국 이민자들에게는 학사학위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미 특집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학력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국인이 한국서 이민 짐 꾸린 사람들의 실태를 몰랐으며 이민 1세들의 생존의 모습이 어떻다는 걸 몰랐다는 말인지? 누구를 비하해서 말하는 분이 아니 란 걸 알기 때문에 그냥 지나갔지만 듣는 순간은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말을 했다. 정장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꼭 그런 차림을 하여야 할 기회가 없다는 것에 교포들은 간혹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런 말도 했었다. 일요일 교회에 출석하는 것은 이 날 만이라도 좀 단정하게 외모를 꾸미고 싶어서라고, 차려입어도 어색하지 않는 환경의 한 부분이고 싶다고, 헝클어짐 없는 외모를 챙기는 예절마저도 이민생활에서 잊어버릴까 봐 겁난다고.

본 대로 표현하는 가벼운 말에도 이민사회의 특수성으로 받을 수 있는 상처가 있다. 타인의 탓도 아니고 본인의 좁은 마음이 원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환경이다. 여린 인간의 감성이 문제라면 문제이겠지만 인간에게 이 여리고 예민한 감수성을 뺀다면 인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되겠는가. 로봇 인간, 지능과 기능만 가진 AI가 되는 건 아니겠나 싶으니 상처라도 좋으니 예민한 감성을 예찬하고 싶다. 상처는 이성적인 헤아림으로 늦지 않게 자가 치유를 하면 된다.

​보통 여행자들은 더러운 만하탄의 거리, 교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의 낡음, 지하철의 지저분 함들이 실망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나는 지하철, 도로, 건물의 낡음을 이야기하는 여행자들에게 이런 대답을 하곤 했다. 모든 것이 새것인 한국과 비교하지 마라. 그 새것들이 100년 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한 번 상상해봐라. 100년 전의 서울과 비교하며 실망이라고 큰소리로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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