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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7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7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1.17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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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올림픽 그 후 (1)

팔팔 올림픽은 교포사회에 준 영향이 지대하였다.

올림픽 경기 전이나 경기 중에는 무조건 좋았고 응원하였다. 성공하기를 대성하기를 올림픽 역사에서 기록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였다. 그 열기는 아마도 단군이래 손꼽을 정도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경기 진행 내내 정말 매끄럽게 잘 운영하는 운영진이나, 세계가 놀라는 시설, 국민들의 친절, 그 위에 우리 선수들의 선전 등등으로 하늘로부터 내리는 자긍심의 햇빛을 듬뿍듬뿍 받으며 세계 어디서나 무대의 중심에서도 무대의 뒤안길에서도 가슴 가슴마다 자랑으로 터질 듯했다.

​올림픽이 폐막한 후, 국내의 우리 국민들도 그랬을지 모르나 교포사회는 축제 뒤의 허전함에 보태어 내가 떠난 그 자리의 융성함이 주는 야릇한 마음도 팽배했다. 자랑스럽고 축하하는 마음이면서도 아깝다는 생각? 내 소유의 귀한 보물단지를 버렸다는, 아까운 골동품을 마구잡이로 취급했다는, 무명 시절 작가의 예술작품을 가치 모르고 헐값에 넘겨버린 것 같은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이민 선택은 어느 면이건 최소한 한 면에서만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살고 싶어 떠난다.

한국인에게 그 한 면이란 보통의 이민 가정에서는 자녀교육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할 것 같다. 그다음이 경제라면 별로 틀리지 않을 거란 판단인데 경제 조건이 내 고국에서 더 급성장하였고 성장이 가파르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짧은 시간이나마 후회를 한다.

​그런 이면에 한국인에게는 체면이란 놈이 상당히 힘깨나 쓴다. 그렇다고 해도 이 면에서는 이러함으로 하는 이유들을 만들어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속으로는 후회가 되더라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안간힘의 노력을 하는데 찬물 끼얹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찬물은 가족들이거나 친지들로부터 온다. 굳이 필요 없는 정보가 이명처럼 교포들의 귀로 흘러들어온다.

​그중 제일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는 팔고 떠난 집값이 지금은 거의 수 배 혹은 열 배에 가깝다는 말이다. 원으로 계산하고 다시 달러로 환전해 보면 눈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의 경제 형편이 이민 후 그토록 깊게 한 고생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였지만 한국서 가만히 살던 집에 살기만 하였어도 한 재산 챙길 수 있었겠다는 주판알은 아무리 평정심을 가지려고 해도 한 울분 토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의 가운데 도막이 아닌 인간이라면,

​사람들은 남의 후회가 고소한지 좀 입 다물어주면 좋으련만 그러지를 못했다. 교포마다 옛집 또는 다른 팔아버린 부동산의 상승한 가격을 알게 되어 위축을 받기도 하였고 생활의 한 축이 일그러지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이런 개인적인 정보들이 가족들이거나 친지들로부터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니 가만히 있던 교포들도 기회가 있으면 확인해 보고는 공연히 사서 하는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미련한 사람들도 많다. 겨우 달래며 선택한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려 노력하였다. 그 노력의 하나로 웬만하게 사정이 돌아가면 약간의 무리를 무릅쓰고 집을 장만하였다.

물론 집 장만은 한국의 경제사정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인은 주택에 대한 욕망이 강한 편이다. 안정권이라 말할 수 있는 직장을 잡거나 비즈니스 장만, 집 장만이 되어야만 그제야 허리를 좀 펴고 미국 사회를 여유로운 시선으로 둘러보는 게 한국인이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녀들의 교육에 관한 지출이 우선이고. 그런 과정에서도 한국의 친지들은 약 올리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미국서 집 산다는 건 제 돈 들여 사는 것도 아니네, 일부만 지불하고 평생 몰게지로 갚아야 한다니 그렇게 산 집이 무슨 내 집이야. 집 덩치 크고 좋아 보이지만 가격은 서울 아파트값에 허~얼 못 미쳐. 뼈 속에 자리 잡은 경쟁심인가, 아니면 질투심인가, 아니면 비교우위이고 싶은 허풍의 마음이든가, 꼬집을 수 없는 말로 교포들의 심사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사람들의 마음과는 달리 사회는 제 나름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쉬지 않고 돌아갔다. 각자의 주어진 사회에서 조용히 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일벌처럼 붕붕 거리며 쏘다니든 말들은 잠잠하여졌다. 회오리바람이 지난 후의 고요함의 시간이 되었다.

올림픽은 한국인에게 세계무대가 바로 살아가야 할 지구촌이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90년부터 교포 가정에는 고국으로부터 손님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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