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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5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5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1.08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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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넘은 후의 완전한 휴식

전소가 아닌 확실하게 여섯 개의 가게 중 세 개만 타고 세 가게는 남았다.

서두름이 없이 느리게 아주 느리게 주인이 어슬렁거리며 건물을 둘러본 후 또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지나서야 전소한 3개의 가게 부분의 청소가 시작되었다,

​가게에서 장사하든 상인들 중 여행사 오피스만 서둘러 이웃 빌딩으로 이사를 했다

화재의 진원지인 펫샵은 손실도 가장 심각하여 처리하는 데 복잡함이 있었던 것 같다. 중소상인이긴 하나 1988년 이미 가게의 재고 파악이나 상품 거래가 컴퓨터화되어 있었다. 각종의 사고 발생을 대비한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었다. 보험 회사와 처리과정도 꽤나 복잡한 듯 시간은 마냥 느리게 움직였다. 메이커 머니 하는 곳이라고 가게 주인이 늘 자랑했는데 불까지 났으니 혹 우리네 생각처럼 앞으로의 엄청난 호황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하는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부자 될 수 있다는 말은 역시 헛 말이라도 은근히 기대해보는 마음이 된다. 그러나 이 가게는 1년 이상 지난 후 재오픈하였지만 1년 이상의 공백 기간 동안 가까운 곳에서 같은 업종이 오픈한 악재가 생겨서인지 신장개업한 후 1년을 더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였다. 다른 한 가게는 그냥 그 가게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빌딩주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고 테넌트들도 서두르지 않으니 처음의 내 호들갑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했다. 나로서는 처음 겪는 대 사건인데 사건 후 손실에 대하여 대처하는 것이 너무나 싱겁고 별게 아닌 것처럼 보여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화재 다음 날부터 건물의 반이 이지러진 가운데서도 살아남은 세 가게는 정상적인 장사를 했다. 그 정상은 좀 불편스러웠다 나에게는,

무엇인가 반드시 거쳐야 할 한 과정을 빠뜨리고 있고 그 과정은 언제든지 더 무거운 문제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게 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도 있던데 .... 아니면 나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험이란 안전망으로 사고는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작용하나 하는 짐작도 해보았다.

​수백만 달러를 가졌다는 빌딩 주인이다. 요지의 샤핑 몰에 수십 개의 빌딩을 소유했다는 부동산 재벌 변호사다.

반소했다고 하지만 이미 그 빌딩은 많이 낡아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넉넉하게 보험금도 탓을테니까 이참에 수리 제대로 하거나 새 빌딩 올리지 하는 말들이 돌았는데 그건 단지 가난한 사람들의 셈법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빌딩의 지붕만 수리하고 타버린 가게들 내부는 사용할 수 있을 만큼만 수리했다. 화재로 별 피해가 없는 세 가게는 아예 손대지 않았다. 뒤에서 쑤군쑤군 수전노라 욕을 하면서도 그래서 부자인가 보다. 유대인 재산 관리법은 그런가 보다로 입을 다물었다.

​난동의 그 겨울에는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은 눈 없는 기록의 해이기도 했다.

눈 대신 주적주적 비가 되어 내렸다. 겨울비는 여름비와는 다르게 거리를 오히려 더 더럽혔다. 물의 양이 적은 탓이겠다.

비가 겨우 거리를 적시기만 했다, 거리의 흙먼지와 물이 혼합하여 도보하는 사람들의 옷은 더 쉽게 더럽혀졌다. 겨울이 겨울인지 봄인지 모르는 계절 혼돈에서는 겨울옷 봄옷들이 혼용되어 사용되어 더 잦은 세탁을 하게 한 듯했다. 겨울이었지만 거래 양도 괜찮았다. 첫해라 여러 부분에서 들여야 할 돈이 많았다. 세탁기도 새 기계로 들여오고 낡은 전선들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전선은 건물이 누전에 의한 화재라는 진단이 나왔기에 만사 제치고 새 선으로 교체했다.

​이런 일들을 할 수 있게 가게가 잘 돌아갔다. 인수할 때 여기저기 도움받은 돈들도 체 1년이 되지를 않았는데 정리가 되었다. 3월의 마지막 날, 봄볕이 따스한 바람을 타고 출렁거릴 때였다. 내일이면 4월이다. 4월 1일 에이프릴 풀이라는 남의 나라 풍속을 따라 친구들을 웃기려고 갖은 궁리를 하였던 오래된 추억을 떠 올려 보았다. 그 하잖은 생각이 생소하기도 친구 몰래 군것질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왔다.

​떠 안은 빚도 엄청나고 공장을 겸한 세탁소를 소유하는 것이 처음이라 자신감 부족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많이 차분하여졌다. 흔하지 않은 화재사고까지 있었음에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아닌 내 형편에서 제일 좋은 길로 해결되었음이 감사하였다.

​내가 언제 적에 이런 아주 평범한 오후의 평범한 때에 평범한 기억을 하고 평범한 생각으로 나의 가슴을 파고드는 행복감을 느꼈던가 생각해보았다. 까마득한 옛 날의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닌 듯했다. 옛일의 환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내 안에서 속삭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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