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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4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14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1.05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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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화재 사건, 재운의 천사

가게의 화재사건은 나한테는 엄청 큰 사건이었다. 내 생애에 처음의 경험이었다. 화재 같은 건 남의 동네의 일쯤으로 알만큼 일상에서 흔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게 인수하고  5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라 겨우 숨 돌릴 형편이나 될까 말까 했다. 그 무렵은 미국 생활  5년이 가까워 가는 시간이 흘렀지만, 미국생활에서의 자리 잡기는 굼벵이 속도라 늘 금방 케네디 공항에 내린 사람만큼 긴장하였고 불안하였다.

​주위에는 의기양양하게 미국을 정복한 것 마냥 큰소리치는 교포들도 많았다. 특히 전문성의 직종에서는 한국서 가져온 자격증을 미국 발행 자격증으로 바뀌는 과정을 거쳐 미국 자격증 소지한 전문인으로 인정받고 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부를 일구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미국 땅에 발붙이자마자 와장창 달러를 움켜쥐는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특별히 장사에 재능이 있다. 이리저리 가게 잘 굴려 가게 운영에서 얻어내는 이익보다 가게 거래에서 더 큰 목돈을 챙겨 발전이 일취월장 눈부신 경우도 있었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제도의 우등생들을 바라보면 나는 늘 기가 죽는다. 오로지 게으름을 배제한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자리 잡으려다 보니 정말 속도란 건 배밀이 일 수밖에 없었다. 걷고 달리고 뛰고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 자신의 아둔함과 미련함과 무재능이 답답하기도 하고 자기 혐오감도 생기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부당함과 불공평함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도 있었다.

그런 요철 심리의 나를 달래기도 하고 얼리기도 했다. 날들은 손꼽지 말자, 시간을 계산하지 말자, 그냥 내 앞에 주어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이러는 시간에 화재를 당하고 보니 미국이 미국 사회가 나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는 건 아닌가. 나를 밀어내는 게 아닌가. 이 길이 나의 갈 길이 아니잖은가.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나에게 이 사건이 발생한 건 아닌가 하는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비관론이 내 머릿속에서 활개를 치고 내 마음속에서 불평의 씨앗을 뿌리고 내 생기가 시들어지도록 희망을 새어나가게 하였다.  나는 이런 비관론은 단지 내 안에서 나와 나의 대화이며 생각의 일탈일 뿐 현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늘 나와 대화를 잘 하든 손님이 웃지도 않고 경직된 표정으로 늘 맑과 밝은 날은 아니다.

태양을 허락하는 날도 비바람이 거센 날도 구름이 하늘을 덮는 날도 있는 법이지. 어떻게 늘 네 날이겠니? 너한테 비우호적인 날도 있게 마련이지. 모든 날이 네 날이 아니라고 투정 부리는 욕심쟁이는 되지 마라. 상당히 경직된 얼굴이면서도 얼굴의 반에는 농담기도 섞여 들었고 유머가 가득한 그런 몸동작이었다. 내가 뮈라했는데? 나도 덩달아 가벼운 기분이 들어 대꾸했다. 아무렴 네 얼굴에 피로함과 우울이 가득한데 타인이 네 마음을 읽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나는 그 단골손님이 가게를 나가고 난 뒤부터 바람개비 마냥 몸도 마음도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 손님 다음으로 50대의 그 동네에 사는 여유로운 한국인 아즘마가 세탁물을 들고 들어왔다. 복있는 분인가 봐요. 화재 난 가게에서는 재산이 불일 듯 일어난다는데 곧 부자 되겠어요.

​그 후부터는 화재는 나에게 재난이 아니었다. 나와 내 가정에 복주러 찾아온 재운의 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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