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0-20 13:33 (일)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7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7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10.07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카고를 떠날 때 언니는 무척 섭섭해했다.

뉴욕이나 시카고나, 시카고도 엘에이가 커지기 전에는 미국 내 두 번째의 대도시가 아닌가, 시카고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가게 잡을 수도 있는데 하는 섭섭함을 들어냈다. 언니의 섭섭해함에도 뉴욕으로의 이주를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막 틴으로 들어서고 있는 큰아들의 친구들이 모두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틴의 세상으로 발을 디디려는 시기라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아 한 번 흔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현실 문제로는 미국이 불경기에 들어서면서 그 무렵 이민 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조건의 좋은 직장이 그리 많지를 않았다. 특히 한국인들은 미국 이민은 성공이라는 공식을 가슴에 안고 온다. 월급쟁이 보다는 내 비즈니스가 지름길이란 예비정보를 가진 사람들이라 비즈니스 경합이 치열하였다. 특히 시카고는 거의 세탁소에 달라붙어 좋은 가게 찾는 것이 어렵다는 걸로 언니를 설득했다.

​그랬는데 뉴욕 와서 어영부영 시간은 거의 아홉 달을 넘겼다. 목표를 하고 왔던 가게의 주인은 하루하루 일하면 쌓여가는 달러의 매력 앞에서 아무리 몸이 신호를 보였음에도 쉽게 가게를 놓으려 하지 않았다. 중간에 다리를 놓아주려는 사람도 느긋하기만 했다. 잘하면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도 있는데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성격도 급하지만, 밀당은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청춘시절에도 보이프렌드 만나는 일에 가부가 명확하고 호불호는 만나는 당일에 결정된다. 밀당하라고 주위에서 친구들이 발을 동동 굴렸지만, 그 충고는 나에게 끝까지 먹혀들지를 못했다. 그러고 보니 남편과의 만남이 친구의 소개였는데 첫 만남에서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말을 내가 먼저 했지 싶다.

​직업 거간꾼은 아니지만 맡아서 중간 역할을 하는 분에게 기다림보다는 기다리면서 애 태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웃돈 주고 사서 빨리 일하면 웃 돈 준 돈 벌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게 낫겠다 하는 말을 했더니 두 눈이 둥그레지면서 언어도단의 비현실적인 바보 같은 거래라고 손사레를 친다.

그리고 두 주 흘렀다.ㅜ 이제는 답답하다거나 걱정스럽다기보다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시카고에서 조금 저축하였던 돈은 뉴욕의 높은 생활비와 틴에 들어선 아이들 핑계로 분에 넘치는 주택 렌트비를 내느라 야금야금 줄어들어 가게가 나와도 살 수나 있을까 싶게 종잣돈이 줄어버렸다.

​답답한 놈이 샘물 파라고 했잖느냐. 시도나 해보고 나가떨어지자는 심정으로 주인을 직접 만났다. 다짜고짜로 얼마면 가게를 팔겠느냐고 말했더니 주인도 덥석 가격을 말했다. 그럽시다로 내가 맞장구를 침으로 구두계약이 이루어졌다.

​다음날부터 구체적으로 거래가 진행되어야 했다. 중간 소개자도 남이 아닌 가족인데다가 꼼꼼하고 거래에서 100% 양보란 인생 패배라도 된다는 듯이 엄청 싫어하는 남편. 이 두 사람의 비난, 불평, 딴지도 만만찮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60 일신빌딩 403호
  • 대표전화 : 02-2272-2999
  • 팩스(협회) : 02-722-49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승천
  • 등록번호 : 서울, 아05019
  • 발행처 : 시니어타임스(주)
  • 제호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01
  • 발행인 : 박영희
  • 편집인 : 김봉중(회장)
  • 편집국장 : 변용도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ondjkim@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