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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3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3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8.1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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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치 국물을 마신 꼴이었다. 가게의 오너는 결코 가게를 매매할 의사가 강하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구체적 계획을 하지도 않았다. 그분의 외관상 형편이 팔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건강이 어딘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세로 보여서다. 그런 형편일 뿐인데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려고 뉴욕으로 이사한 셈이다.

​가게 운영만이 목적이 아니긴 했지만, 가게 문제가 빠른 시간에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를 않으니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불안이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우선 다른 일자리를 구했다. 한국신문의 미주판 광고 페이지에는 구인도 구직도 엄청 실린다. 비즈니스 매물, 부동산 매물들도 풍성하다. 스몰 비즈니스의 이동과 일군들의 이동이 활발하다는 증거다.

​교통이 좋은 곳을 택하여 전화했더니 주급이 아주 작은 초보자를 구한다고 했다. 뉴욕의 생활비가 시카고에서 온 사람에게는 눈을 둥그렇게 뜰 만큼 비싼데 그 주급으로는 어림없었다. 거리가 멀지만 출퇴근과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곳이 있었다. 조건이 좋은 걸로 봐서 일이 많고 주급이 높으리란 계산이 나왔다. 그 가게에 전화했다. 가게의 주인은 아주 젊은이 음성이었다. 일군이 아주 급했나 보았다. 주급은 며칠 일 한 후에 정하기로 하고 일단 내일부터 당장 나와서 일 해달라 했다. 다급한 모양이니 일 한 만큼의 인건비는 주겠지 믿고 다음 날 나를 픽업할 장소와 시간을 약속하였다.

​이른 아침에 약속한 장소에서 생짜 초면인 사람을 대화 내용으로 얻은 정보의 짐작으로 기다렸다. 젊은 여자가 차를 내 앞에 세웠다. 상호를 암호나 되는 것처럼 교환하고 차에 올랐다. 차는 30여 분 하이웨이를 달린 후에 크지 않은 단독 상가건물의 주차장에 섰다. 사람들의 드나듦이 활발한 세탁소가 보였고 옆으로 이발소, 애완동물 용품 가게. 유리 가게가 있었다.

먼저 가게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는 젊은 남자 주인은 새사람에게 인사할 틈도 없이 아내에게 급한 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밀려드는 손님들 주문받느라 얼떨결에 세탁소의 본 작업을 하게 되었다. 반 시간가량 지나서야 세탁소의 바쁜 시간이 지나 프런트가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주인과 인사 나누고 뒤쪽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일곱 명이 일하는 데 일곱 사람 모두 한국인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젊은 아기 엄마가 가게에서 밥하고 맛있는 매운탕을 끓였다. 냉장고에는 주인이 집에서 가져다 놓은 밑반찬이 여러 종류 있었다. 점심은 한국 맛이 듬뿍하여 일에서 오는 무거운 피로감을 씻어주었다. 커피 마시면서 주인은 내 주급을 제시하였다. 나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그 가게에서 내가 시카고에서부터 목적하였던 가게를 인수하기까지 10개월 일했다. 남의 가게에서 일한 첫 경험이 됐다.

​30대 초반인 부부는 아기 한 명을 두었고 한국에서 남미로 이민하였다가 다시 뉴욕으로 이민 왔다. 중고등학교를 남미에서 마쳤다. 10대 초반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녔다. 한국어, 스페인어와 영어가 유창하였다. 가게에 한국인 종업원이 급작스레 그만두면 응급조치로 스패니시를 고용하게 되는데 말이 통하는 주인은 그들을 잘 다루었다. 말이 잘 통하는 주인이라 스패니시 특유의 게으름 부리는 버릇이 덜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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