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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2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애플 2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8.07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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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가 아니라 이사다. 처음 이민의 땅으로 발을 딛는 사람과는 마음자세가 달라야 할 것인데 통 그렇지 못하다. 4년 2개월을 다른 도시이긴 하나 미국 땅에서 적응하였지 않았느냐라고 나에게 힐난도, 따지기도 했다.

​내가 처음처럼 불안하고 두려운 데는 이유가 있긴 하다. 시카고에서는 선배 이민들의 충고도 그랬지만, 첫발이란 것으로, 이민 초기란 것으로 모든 미흡함이 이해되는 일반적 혜택이 주어졌다.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차가 없는 것도 흉이 될 게 없다. 아파트가 후진 동네라도 그렇게 자존심 상할 것도 없다. 카크로치가 출몰하는 게토 아파트라도 잠시 머무는 간이역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미국서 보낸 시간도 많이 흘렀다. 봐주기 시간은 지난 거다. 이주가 아닌 이사고 보면 성장한 아이들의 기도 키워주어야 하고 우리 부부의 미국서 보낸 시간에 좀 결실을 달아주어야만 했다. 이 모든 것들에 앞서 아이들은 공립학교 학군으로 입학하게 된다. 아이들의 학교 명성은 우리 경제를 돌아보기 전에 절대적으로 주생활 하향선을 상향으로 조절되었다. 부모는 허리가 휘어지게 일을 하더라도 게토 아파트는 피해야만 했다. 뉴욕이란 새 도시에서 시작하는 우리들도 이민 초년생의 궁상에서는 벗어난 모습이기를 바라는 허장성도 곁들였다. 이런 것들이 그때까지 속이 차지 못하면서 늘린 생활 규모가 나를 압박하였다.

​롱아일랜드를 동서로 잇는 노던불바드 213가에 위치한 단독주택이다. 이 집은 나의 첫 번째 뉴욕 집이다.

​만하탄 교통이 편리한 전철 7번이 있는 플러싱은 이민 초기의 한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주위에 고층 아파트가 많고 상가가 밀집해 있다. 초기 이민자에게는 잡 구하기도 쉽고 아파트 구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차 없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니 미국 생활 시작으로는 안성맞춤 지역이다.

​뉴욕은 처음이지만 이미 이민 5년 차라는 훈장을 달았기에 상가도 좀 고급스럽고 주택가도 조용한 지역을 선택했다. 물론 이 선택의 전제는 학군이 좋다는 이유 때문이긴 하다. 플러싱을 졸업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움직이는 동네다. 주인은 중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다. 시카고에서는 1베드 룸이었으나 3베드 룸 단독주택을 얻어 아이들에게 각각 제 방을 주었다. 시카고 아파트의 렌트비는 $280인데 비하여 뉴욕의 단독주택은 $1050이다. 4배에 가까운 렌트비는 버거웠지만 교육비 투자 명목이었다.

​이 동네는 1900년대는 만하탄 출퇴근이 가능하면서 변두리의 조용함과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으로 만하탄에서 연극 음악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만하탄의 펜 스테이션에서 포트 워싱턴행 롱아일랜드 기차를 이용하면 뉴욕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가까이 베이사이드 역이 있다. 아침 산책 후 베이걸샵에서 커피 곁들인 아침을 먹노라면 현실은 초라한 나이 든 은퇴한 뮤지션들의 화려했던 옛날 무대 이야기를 엿 들을 수 있었다.

​동네가 형성이 되었던 초기의 부자들의 교외 주택들은 대지가 넓고 주택도 큰 규모가 많았겠지만, 1986년 내가 이사한 시기만 해도 그런 호사 주택은 많지가 않았다. 뉴욕 변두리, 차분한 중류의 동네였고 작은 규모의 서민 집들이 대부분이라 한때의 변두리 고급  주택가였다는 것은 마을 역사로만 받아들여졌다. 계속 사람들이 몰려드니 옛 날의 큰 집들은 다가구주택 스타일로 급속히 변모되어 고급주택들은 거의 볼 수 없게 사라졌다.

​아이들의 학교 개학이 임박하여 건강진단서가 필요하였다. 한인의사오피스에 들렸다. 건강진단서가 필요한 이유를 들은 의사는 뉴욕으로 잘 왔다고, 뉴욕은 부자라면 부자로 멋있게 살 수 있고 돈 없으면 잡 구하기 쉬워 가난함으로도 잘 살 수 있는 곳이다. 부해도 가난해도 잘 살 수 있으니 좋은 도시가 아니겠나, 해학 같지만 희망의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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