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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34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34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7.10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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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람들

나의 시카고 생활은 일과 일 사이에 전자제품을 충전하듯 먹었고 해가 떨어지면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끊겨 내 쉼터로 돌아갔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재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깔깔거리고 흐드러지게 웃곤 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있었다. 동문에다 동향이라 재학 중에도 각별히 가까웠다. 그녀는 직장인이라 근무 중에는 빡세게 일하였겠지만, 제한된 시간만 일을 하니까 시간 여유가 있어 종종 나를 찾아주었다. 곧잘 병원에서 일어나는 웃어야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하는 극단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병원에는 장기 입원환자인 80대의 할아버지가 있다. 평생 독신이었으며 가까운 가족이 없다. 신경외과 의사인 그 사람에게는 은행에 거금의 예금이 있다는 소문이란다. 그 병원에서는 워낙 독특한 경우라 간호사들은 근무 중에 그분에게 구혼을 한단다. 나와 결혼하실래요? 아주 잘 간호해 드릴게요. 갖은 애교를 부려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하나. "너 내 돈 쓰려고 그러지?" 란다.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항상 아내가 내 돈 쓰는 것 싫어서라는 대답이라고 한다. 노인의 병은 불치이며 거의 선고를 받아놓은거나 마친가지란다. 거금의 잔고가 있는 통장이 그 노인 손안에서 반들거린다. 조금씩 줄어드는 잔고인데도 지출 후 페니 하나 틀리지 않고 관리가 된단다.

​60대의 돈 많은 여자는 식물인간이다. 사람과 기계를 분리하면 금방 이 세상의 사람일 수 없다. 이미 죽음의 땅이 그녀에게는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녀에게는 30대의 막내 같은 남편이 있다. 자녀들도 있다. 자녀들은 생명 유지기를 떼자는 의견이고 남편은 그럴 수 없다고 반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호의 유언장에 의하면 살아있는 동안의 수입은 남편의 소유이고 사후의 유산은 전부 자녀들에게 분배 되도록 되었단다.

​신문에서 내가 읽은 사건이다. 부동산 부호가 숨을 거두었다. 유언에 의하면 관을 눕혀서 매장하지 말고 직립하여 본인 소유였던 땅을 사후에도 바라볼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이란다. 지상에다가 미니 석벽을 쌓아 그 안에 시신을 안치하라는 말인가? 나는 어떤 형태의 묘가 될 건지 묘의 모양이 그려지지 않았다.

​초기 이민생활에서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영어가 바람이 되지도 않았고 필요성도 절감하지 못했다. 산다는 것으로, 영어능력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한숨 돌린 후에야 나타났다. 내 영어가 어느 지점인지도 모를 때다. 몇 번 영어 못한다고 구박을 받았는데 구박 준 사람들이 아이러니다.

미국 영어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말을 한다. 백인 영어와 흑인 영어다. 저교육의 흑인들의 발음은 익숙하기 전에는 알아듣기 무척 힘들다. 나에게 영어 못한다고 구박한 사람들은 나도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 힘든 흑인이었다. 60년대까지도 현실 사회에서 차별 대우를 받아왔던 그들이다. 화가 난다기 보다 더 약자가 나타났음에 의기양양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 오히려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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