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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32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32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7.0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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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에나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랄까 처한 처지는 과도기 현상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새댁이었을 사회에서는 남성우월의 사회구조가 상당히 큰 틈새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시어머니란 권위가 단지 그 이름이나 관계만으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시부모의 경제력이 시부모의 권위를 부여했다. 가난한 집안에서는 며느리의 탁월한 경제력이 시집살이를 역전시키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허무하게 자리를 빼앗긴 패자들은 우리 역사가 치른 육이오 전쟁으로 도덕과 질서와 예의가 뿌리째 뽑혀 버렸다는 한탄을 했다.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를 타고 아들 가진 부모는 소달구지를 탄다는 비아냥거림의 말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가족계획이란 이름으로 산아제한의 필요성이 사회적인 중론으로 떠돌기 시작하였다. 중론이 정책화되었고 처음 시작한 세대에서는 셋을 낳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여전히 버리지 못한 남아선호 사상으로 딸만 가진 가정에서는 계속 출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들 바라기에 대한 저항인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며 까불었던 친구들은 ' 아들딸 구별하여 딸만 낳아 잘 기르자' 이자겸의 말,이라면서 딸들을 왕비로 만들어 절대 권력을 누렸던 역사를 들춰내어 떠들어댔다. 아이의 동요 같은 이런 유모어도 핑크 시대를 여는 작은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 우리가 자라고 새댁이었던 시간이 남성우월 사상이 핑크 시대로의 전환의 과도기였고 핑크 시대의 여명기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관찰하였고 흐름을 인지한 것처럼 실제로 우리들 자신은 이미 그 흐름 안에서 흐름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단지 구조화된 의식이 애써 허위를 포장함으로 남성대 여성이란 필요 없는 갈등을 만들어 가정을 흔들고 싶지 않기에 여성의 능력은 언제나 그늘진 곳으로 숨어들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민 가정에서는 여자가 경제를 뒷받침한다. 여자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그 가정은 별 볼일 없게 된다.

남편들이 아내의 치마폭에 싸여 가정이란 상자에서 평화와 행복을 누린다는 솔직한 말을 하는 남자는 드물다. 모르긴 하지만 남자이기만 하면 여자보다 잘 나게 되어있는 한국 남자에게는 더욱더 드물 거다. 말하지 않는다고 있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이 한두 번 혹은 하루 이틀로 끝나는 특별 상황이 아니다. 수년 수십 년을 그런 상태로 버티어야 만한다. 먹고살고 아이들을 기르고 교육하고 노후를 준비하고 하는 일들이 생명이 끝나기 전에야 끝날 수 있겠나. 구도가 변한 처지에서 무조건 사춘기 아이 같은 반항을 하는 남편이 꽤나 많다. 그런 가정의 아내는 당연히 이중 삼중의 고생을 하게 된다. 뻔한 것 가지고 다른 이민 가정에서도 남자들은 다 그렇게 사는 걸 인정만 하고 아내를 도우면 오히려 쉬운데.....

나는 이상적으로 아내의 노력을 인정하고 아내를 위하는 행복한 가정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일 거니까. 현실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아내가 우리 가정의 보스라고 모든 결정권을 아내에게 내주고 자청하여 허드렛일을 신나게 하기도 한다. 반면, 번연히 도울 수 있는 일도 도우지 않으면서 돈 번다고 큰소리치느냐고 윽박지르며 꽹과리 소리보다 못한 고함으로 동네방네 우세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자들 많았다.

​이민사회에서는 눈에 보이게 한국 여자들의 강인함이 드러난다. 사회와 전통과 문화의 보호와 혜택을 받지 못한 여자다. 그 기나긴 세월의 비바람 속에서 알토란의 실력을 키웠던가. 야생화처럼, 타문화권에서 오뚝이로 일어설 줄만 아는 불패의 여신들이다. 나는 손님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한국 여자들은 근면하고 의지력 강하고 참을성 있고 성실하다. 그런데 남자는 책임감이 부족하다.

책임감은 무엇에 대한 책임감을 말하는 걸까? 나는 남자들이 아내와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는 걸 말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송곳 꽂는 말을 피하는 미국인이라 한국 여자 한국 남자란 말은 하지 않았다. 동양 여자 동양 남자란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그게 그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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