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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23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23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6.0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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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오랑캐

이웃 세탁소다.

나와는 친했다. 처음 일의 순서도 모르고 일보면 겁만 더럭 내든 시절 나는 일일이 이 선배에게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어서 원격조절 받으면서 일을 해내었다. 생각하면 그 바쁜 영업시간에 전화 받아 준 것도 그리고 일 할 순서를 세밀하게 이야기 해 준 것도 엄청난 친절이었고 배려였다. 초분을 다투면서 일 처리 하는 시간에는 전화기가 울리기만 하여도 속도 없는 것을 없는 뒷통수 한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그 한 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런 분이 당황하여 새 하얀 얼굴로 황황 걸음으로 내 가게로 밀쳐 들어왔다. 바쁜 영업 시간이라 내가 더 당황했다. 털썩, 권하기도 전에 카운터의 의자에 앉더니 온 몸을 덜덜 떨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의 당황함은 이런 경우 무얼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가게에 상비되어 있는 것은 커피다. 머그에 커피를 따라 권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웃의 숨결이 조금씩 결을 찾기 시작하였다 다행이 내 가게는 손님이 뜸했다. 눈에 보이게 떨면서 단속적으로 끊기기는 했지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단골손님이 옷수선을 가져왔다. "드레스룸에서 옷 갈아입을까?" 평소보다는 좀 징그럽고 니글거리는 웃음을 흘렸다고 했다. 드레스룸에 들어 간 손님으로 부터 1,2분 정도의 짧은 시간 후에 준비되었으니 치수를 재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 녀는 드레스룸에 갔다. 드레스룸이라야 가게의 뒷 쪽으로 벽면을 이용하여 반원의 커텐을 둘러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커튼을 걷자 남자의 앞면의 알몸이 조각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제삼의 힘에 의한 총알이 되어 달려 나와 내 가게로 온 것이었다.

​그녀는 강간 협박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전율만 하였다. 두렵긴 했지만, 나는 그녀의 가게가 걱정이 되었다. 그녀를 내 가게에 앉혀두고 그녀의 가게로 달려가 일단 문을 닫았다. 급한 일로 출타 중이라는 노트를 유리창에 남겼다.

​그녀는 이 사건 후 꼭 필요하지 않는데도 보조원을 고용하였다. 보조원의 인건비는 그녀의 수입에서 지출되는 출혈이었다. 수입도 수입이지만 늘 붙어 다니는 공포감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다. 가게는 팔았다. 팔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철면피인지 짐승에 가까운 욕망의 화신인지 모르는 그 백인남자가 계속하여 그 가게를 이용하려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질질 게걸스런 웃음을  흘리면서 곧잘 나타나는 변태의 협박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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