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07-17 09:20 (수)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17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17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5.12 2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란 2

내가 등록하였을 때의 교세는 교인이 100여 명 되었다. 작은 규모의 교회로 충분히 기능을 할 수 있는 규모다. 젊고 야망이 있는 지도자를 만난 교회는 활발하게 효율성 있는 목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사이좋고 인정 많은 노부부가 서로의 간지러운 등을 긁어주듯 한인 이민사회가 필요로 함직한 기발하고 창의로운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다.

​2세 교육을 위하여 한글학교와 한국사 교육은 물론 삶에 허덕이는 부모들을 대신하여 정규학교의 숙제 도우미 역할도 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를 가진 교육에 극성인 한국 부모들에게는 정말 달콤하고 영양가 높은 로열젤리 같은 유혹이었다. 스포츠 클럽도 만들었고 부모가 미처 데려가지 못하는 미국 사회의 교육적인 퍼포먼스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노동집약적인 일을 주로 하는 이민생활에서 문화에 배고파하는 성인들을 위하여 각종의 전문 문화를 즐기거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이상적인 이민교회의 모델이라고 판단했다. 시카고와 일리노이주의 모든 대학에 학생선교회를 만들어 대학생 선교에도 집중했다. 종교가 경영일 수는 없겠지만, 이 땅 위에서는 조직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교회가 나아갈 길의 설정은 신선하고 창의적이었다. 그 위에 목회자의 유창한 설교가 보태지면서 교회는 매주 두세 가족 정도 등록교인이 나왔다. 숫자적으로 급성장하였고 고학력 전문인이 많아 질적으로도 급성장하였다.

​6명의 장로는 모두 소위 말하는 스카이 대학 출신이었다. 한국서부터 기독교인으로 신앙 경력이 2세 아니면 3세였다. 상당한 지성과 금력도 탄탄한 당회의 구성원이라 나는 말이 너무 현란한 목회자가 이탈하려 할 때 충분히 당회원들이 교회가 본질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잘 견제하리란 생각을 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사업을 확대하면서 직원도 늘렸다. 재정이 어디서 충당될까 염려될 지경이었지만, 매주 새로 등록하는 교인 중에서는 언제나 거금을 출연하는 교인들이 있었다. 작은 교회는 팔고 큰 교회를 사들였으나 여전히 교회는 좁아졌고 다시 증축 공사를 하고.

​나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목회 소감을 썼다. 그 사이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나는 교회로부터 세탁소 그만두고 풀타임 교직원으로 일해 줄 것을 권고받았다. 아주 좋은 조건으로, 교회가 원하는 공부를 하면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학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남편은 결혼 후 한 번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한 적이 없었다, 그때까지. 가끔 내가 결혼한 여자인가 배우자가 있는가 독신인가를 헷갈리게 할 만큼 구속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웬일인지 강하게 반대를 했다. 예스맨이라고 평가될 만한 사람이 처음으로 반대하니 나로서는 무겁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의 반대에 저항할 염치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남편을 모욕할 용기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내가 너무 순순히 그러자니까 이번에는 남편 쪽에서 미안해하면서 도리어 꼭 하고 싶으면 하란다. 싫다니까 그럼 몇 년 후에 공부는 꼭 하란다.

​기본적으로는 체력이 없다 보니 피로하여 교회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늘 참가하기를 종용 받기도 하고 중책을 맡기기도 했지만, 가게와 교회 활동을 동시에 할 수가 없었기에 매주 쓰는 목회 소감에만 전념하였고 참석하는 것은 일요일 대예배뿐이었다. 주어진 중책은 모두 사양하였다. 행정이나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교회와 내가 불가원 불가근의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더 많은 주보가 인쇄되고 더 많은 수의 사람에게 더 넓은 지역으로 주보는 뿌려졌다. 간혹 교회 사무실로는 목회 소감에 대한 감사의 편지가 왔고 가끔은 나한테까지 전달되곤 했다. 때로는 한국에서, 때로는 남가주에서, 때로는 캐나다에서 오기도 했다.

​교회의 예산이 커지면서 유급 교직원이 고용되고 교회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교회의 예산과 교인 수는 교회를 통한 미국 영주권 취득의 기회가 되었다. 그때부터 교회는 이권이란 이무기가 슬금슬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60 일신빌딩 403호
  • 대표전화 : 02-2272-2999
  • 팩스(협회) : 02-722-49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승천
  • 등록번호 : 서울, 아05019
  • 발행처 : 시니어타임스(주)
  • 제호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01
  • 발행인 : 박영희
  • 편집인 : 김봉중(회장)
  • 편집국장 : 변용도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ondjkim@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