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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낚시터에서의 하루
봄 낚시터에서의 하루
  • 박혜경 기자
  • 승인 2019.05.09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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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야 잡히지 마!"
양어장 풍경
양어장 풍경

화려한 벚꽃의 향연이 지난 후 이름 모를 야생화와 풀꽃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휴일 아침 아들이 같이 낚시가자고 전화했다.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들네와 어딘가로 소풍 나간다는 게 즐거워서 부리나케 준비를 시작했다.

요즘은 어디 나들이를 가더라도 그곳의 특산물로 식사를 해결하므로 딱히 음식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옛날 사람이라선지 아직도 어디를 가든 무언가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습관이 있다.

이날 낚시 가는 곳은 인공 양어장으로 가족석을 빌리면 그곳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가는 길에 고기는 사기로 하고 재빨리 밥과 반찬 몇 가지 해서 도시락을 준비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다. 나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찌만 바라보는 게 지루해서 낚시가 싫었는데 기다림의 미학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남편과 아들은 의기투합했고 아빠 따라 낚시하러 다니던 아들은 커서도 낚시가 취미가 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어렸을 때는 나도 낚시터에 항상 동행했다. 굳이 낚시하지 않아도 낚시터 주변은 아늑한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많고 경관이 좋았다. 특히 좋았던 건 낚시터 관리인의 시골밥상이었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장아찌 등은 어찌나 맛있던지 낚시는 싫어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낚시터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별내 신도시에 있었다.

예전 태릉 근처로 벌판이던 곳이 말쑥한 아파트로 ‘별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뉴타운이 되었다. 아파트촌을 좀 지나서 산 아래에 양어장이 있었는데 도착해 보니 예전의 낚시터처럼 깨끗하고 맑은 물이 아닌 진초록의 연못 같아 조금 실망스러웠다.

낚싯대 하나 드리우는데 만 오천 원이고 가족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빌리면 사만 원이라 한다. 둥근 형태의 양어장을 빙 둘러서 낚시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휴일이어선지 많은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가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물은 그리 깨끗하지 않아도 주변의 야트막한 산도 좋고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아들이 손녀에게도 낚싯대 하나를 설치해 주고 찌를 보는 방법을 설명해 주니 조그만 녀석이 매우 흥미로워 하며 의자에 앉아 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앉자마자 손녀의 찌에 신호가 와서 잡아챘더니 제법 커다란 붕어가 잡혔다.그 물에서 나온 물고기를 먹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잡자마자 아들은 뜰채로 건진 붕어를 손녀에게 보여주고는 금방 놓아준다.

원래 이 양어장의 규칙이 그저 손맛을 보는 것이라 잡은 고기는 그 자리에서 놓아준다고 한다. 놓아주는 건 좋은데 나는 마음이 아팠다. 잡은 고기를 놓아줘도 미끼에 있는 떡밥을 먹으려고 물고기가 자꾸만 또 잡힌다는 것이다.

아들의 낚싯대에도 입질이 잦았고 손녀도 세 번이나 손맛을 보았다. 손녀가 신기해하며 좋아하니 따라서 좋은 척했지만, 내 속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고 물고기가 잡히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도 낚싯대를 드리운 많은 강태공의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의 낚시터 풍경은 보기에 좋았다. 양어장 속 물고기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많은 사람이 낚시를 취미로 각자 힐링할 것이어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가족석에서 고기 구워 상추쌈도 먹으니 제법 나들이 기분이 났다. 낚시는 뒷전이고 나는 손녀 손을 잡고 숲속 산책을 했다. 작은 풀꽃을 선물이라며 건네는 손녀가 매우 사랑스럽다. 낚시터에서 낚시보다는 손녀와 자연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http://blog.naver.com/yj800310/22153319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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