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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16
[김갑숙의 미국생활기] 알 듯 말 듯 16
  • 김 갑숙 기자
  • 승인 2019.05.09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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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1

타인의 문제,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내 발등의 불은 진화되었다는 이야기겠다. 일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을 때 한국신문의 미주판에는 이런 사건이 실렸다.

​젊은 부부와 두 자녀 그리고 노모가 함께 사는 가정이다. 아내가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고 남편은 파트타임 일을 했다. 가정 경제 대들보가 아내다. 남편은 아내 대신 식사 준비도 하고 다른 가사일도 하였다.

아내를 두고 아들이 부엌일을 도맡아 하는 꼴을 본다는 것이 화가 치밀어 함께 살고 있는 노모가 자살했다. 아내가 남편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달러를 더 잘 벌어들이는 경우는 이민 가정에서 흔하다. 아예 처음부터 아내의 자격으로 아내의 치마에 싸여 미국 이민할 수 있었던 가정이 많다. 그런 환경에서 가사의 담당이 남편인 집도 아주 많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흔하게 보는 가정 풍경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을 자살한 분과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 궁금하였다. 교회에서 만난 60대 이상의 분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모인 분 모두 자살한 분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심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그런 소갈머리 가지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 세월이 변했고 문화가 다른 고장에서 살다 보면 남자가 가사일 할 수도 있지. 더구나 이역만리 타문화권에서 돈 번다고 고생하는 제 아내 도우는 일이 무슨 못 할 일이라도 된다고. 그렇게 꽉 막힌 노친네니 이 땅에서는 살 자격이 없는 거야.

​그 연령대에서는 한국에서 사는 어머니들에 비하여 상당히 현실적으로 변화된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변화된 모습이라 생각하여 나는 학습의 기간이 지난 성인 이민자들이 변할 수 있는 의식에 기대를 해보았다. 물론 더 나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더 민주적인 지적 발전을 기대하였다.

​나의 이러한 생각은 아니구나로 결론 내리는데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개인의 생존을 위하여 변하지 않으면 도태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것, 바로 눈앞에서 즉각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사안에는 변화를 했다. 그런 것들은 변화라기 보다 문화 압력에 의한 적응이었고 정말 시답잖은 생존본능이었을 뿐이다.

​큰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활발하게 사회활동과 교회 봉사도 하며 골프도 치는 왕성한 에너지를 보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럴 수 있는 위인은 못되었다. 우선 체력이 당하지 못하였다. 아무리 마음은 적극적이고 앞장서고 싶고 여기저기 내 발을 담그고 싶어도 그렇게 한다면 내 몸이 지쳐버리리란 걸 잘 알았다.

​처음 한 달 가량 내가 다니는 교회를 잘 관찰하였다. 글의 세계에서 나는 좋은 타자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타자로 오랜 시간을 글과 가까이하다 보면 글의 주인이 되고 싶어진다. 이 꿈은 잘 영글만큼 충분한 시간도 지났지만, 글이 인간의 영혼의 발상지란 것에서 늘 두려웠고 접근한다는 것은 외경스럽다고 스스로를 타이를 만큼 성지 같은 분야였다. 그러나 글은 꼭 쓰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열정도 내 안에서 불끈불끈 쏟아 나곤 했다.

​내 또래의 젊은 목사는 엄청나게 의욕적이었다. 너무 선동적이라 흠잡을 만큼 설교가 감동적이고 뜨거웠다. 교회의 모든 조직들이 오뉴월의 열기로 활발하게 움직였으며 특히 2세들의 교육과 선교에 목회의 목표를 두고 있었다. 아이가 있는 젊은 엄마로서 나는 2세 교육에 반하였고 문서 선교부에서 내 할 일을 찾을 수 있으리라 결정했다. 목회에 야망이 강한 젊은 목사는 내 제안에 대하여 매력적이게도 내 능력을 의심하거나 테스트해보지도 않고 즉석에서 다음 주부터 나갈 주보에 내 글을 내보내달라고 숙제부터 주었다.

​그 일은 나에게는 위로는 하나님의 일이었지만, 이 땅에서는 글과의 만남이었다. 앞뒤는 물론 훗날의 결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원고지 5, 6매 분량의 목회 소감이 타인의 이름으로 내 글이 매주 주보에 실렸다. 리더 격인 교인 중에는 인쇄소를 소유한 분이 있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내 가게로 원고를 받으러 왔다. 내 글이 실린 주보는 교인의 수보다는 훨씬 웃도는 아마 천장 넘게 찍어 문서선교 팸플릿으로 돌렸다. 시카고는 물론 미국 전역 캐나다 한국까지 우송되었다. 이 일은 4년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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