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정현숙하늘이 온통 회색빛이다이파리 우수수 털어낸 나무는앙상한 추위 속에서 내공을 쌓고 있다이런 날,누군가는 털실로 뜨개질을 하며함박눈을 기다리고또 누군가는 패치카에 장작불을 피워놓고불멍을 즐길 지도 모를 일이다욕심 다 털어버려 바라는 것 없다면서도다가오는 신년의 운세 사이트를 들락거리며나처럼 기적 같은 행운을 꿈꾸는 이도 있으리라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새로운 길이 보이듯12월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고 설렘이다주전자에서 보글보글 끓는 찻물 소리에텅 빈 쓸쓸함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131 정답 : 감사
가수 나훈아는 홍시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불렀다.‘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중략)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때문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어린 시절 홍시는 즐겨 먹던 간식이었다.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는 홍시를 꺼내 손님 대접을 하셨다. 감도 여러 종류가 있어 단감은 단단하고 아삭한 맛으로 먹는다. 단감이 무르면 맛이 밍밍해져 오히려 맛을 잃게 된다. 곶감은 껍
가을 국화/정현숙밤새 내린 찬 이슬에도매무새 흐트러짐 없이깊고 진한 향기로다가오는 꽃스산한조락의 계절에 피어나따스하게 반기며밝은 위안을 주는 꽃드러나는 화려함 보다고결한 기품 덕에사군자 한자리를당당하게 차지한 꽃성숙을 위해때론 시련도 필요하다며눈가를 촉촉이 적시는사랑스런 여인을 닮은 꽃
#130 정답 : 사랑
늦가을 연가/정현숙하늘은 높아가고계절은 깊어간다날씨는 쌀쌀하고풍경은 쓸쓸하다색색이 물든 단풍과서쪽 하늘 노을만뒤늦게 달아올라열정을 불태우는데온도는 낮지만감미롭게 익어가는황혼의 사랑처럼따사로운 황홀이어라
봉숭아/정현숙오래된 기억 속 갈피에서곤히 잠자고 있는 꽃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이며오손도손 나누던 정겨운 이야기첫눈이 오기 전에 지워질까 봐가슴 졸이던 순수의 시절꽃물은 지워졌지만선연히 남아있는 다홍빛 추억
#129 정답 : 김
한 세상에 와서 한 자리 차지하고 살았네.이리저리 뒹굴면서 힘든 세상 굴려 가며 슬폰 일 기쁜 일도 많았지.희극과 비극이 있었기에 삶의 지혜가 열렸고부귀영화 축복받아 한 평생 잘 놀았네. 70살 되니 한 해가 다르게 힘이 들고80살 되니 한 달이 다르게 힘이 들고90살 되니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힘이 들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공기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실컷 마셨으니하나님 고맙고 감사하옵니다.내 힘 들이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어디든 떠 있는 바람,공기를 생각하니고맙기 그지 없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나,
#128 정답 : 비트코인
가을밤/정현숙독백처럼 읊조리는 가냘픈 풀벌레 소리창문에 어룽거리는 서늘한 달그림자촉촉이 젖어드는 눈망울센티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밤지나간 바람소리가 잃어버린 그림자가못내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가을이 뭐길래 가을밤이 뭐길래괜스레 허전하고 괜스레 쓸쓸한 밤
밤송이/정현숙가시로 잔뜩 감싸고 있더니토실한 알밤을 품고 있었네열매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네품안에 자식이라고지극정성 애지중지 키워서어느 시기가 오면 떠나보내듯마침내 떠나보내려 하네잘 여문 밤톨이 대견스러운지그래도 활짝 웃고 있네털릴 건 털리고떠날 건 떠나야 하리빈껍데기는 또 다른새로운 것으로 채우면 되리
억새/정현숙서슬 퍼렇게날 섰던 시절 지나부드러운 백발 휘날리며너울너울 춤을 추네겸허한 가을을 연주하는은빛의 향연이네
코스모스/정현숙가벼운 바람결에도지조없이 흔들린다고욕하지 마오꿋꿋이 못 버티고소신없이 흔들린다고비웃지 마오나약한 생명이살아가기 위해서는어쩔 수가 없다오시류에 편승하여현실과 타협하려면어쩔 수가 없다오
지나온 길/정현숙오남매 가지에 바람 잘 날 없어근심 걱정 끊이지 않던 친정엄마세월이 한참 흐른 뒤, 어느 날바람불던 그때가 고요한 지금보다차라리 좋았다고 하시더니지나온 길은 대부분미화가 되어 입력이 되는 건지나 역시 친정엄마처럼험난했던 가시밭길도 꽃길로각색이 되어 있는 걸 보면붙잡고 있던 것들을 다 놓치고변방으로 밀려난 것 같은초라한 행색의 내가 싫은 날옛 기억을 부풀리는 바람이 그립다정겨운 꽃들이 피어있을 꽃길도
아침이다.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간밤에 무너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뜨니 날이 밝아 있었다. 아직 길 위의 가로등이 모두 소등된 것은 아니지만 밝아 오는 빛을 이기기엔 이미 그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어메이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메이징이라는 뜻은 놀랄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그리고 굉장한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정신을 집중하고 몰입하는 좋은 수단이 사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는 말을 TV에서 패널을 통해 들은 기억이 새롭다.요즘 집중이 잘 안 된다. 나이 들수록 생각이 단순해
나이테/정현숙함초롬히 이슬 머금은코스모스가 소식을 전한다가을이 오고 있다고잠잠하던 풀벌레가요란스레 울어 젖힌다여름이 가고 있다고순순히 자리를내어주고 받아들이는자연의 질서가 경이롭다빙빙 사계절이 돌고 있다제자리에서 도는 것 같은데돌면서 굴러가고 있다굴러가면서 쉼없이나이테를 늘이고 있다옹이 수도 늘이고 있다
언제부턴가 아마도 한국전쟁 복구기에서 부터 조금씩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여론조사가 간혹 있었다. 나도 초기에는 그 조사에 대하여 그렇게 진지한 대답을 하지 않은 듯 하다. 그냥 성의없게 응했다. 원조를 위한 기본정보로 국제기구 조사에서 처음 한국에 이런 시설이 있기나 했었나 하는 답이 나올 정도로 피해수치가 엄청 높아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후 조사의 중요성에 대하여도 여러 번 교양을 받았고 글로도 접해 모든 조사에 대하여 적어도 성의있고 정확한 대답의 중요성을 알았고 그런 자세로
도라지꽃/정현숙오랜만에 만난도라지꽃이 반갑다유년 시절고향집 텃밭 한 귀퉁이에청초하게 피어있던 꽃봉긋봉긋 부풀어 오른꽃망울이 더 반가워뽁뽁 뽁뽁 터트려본다별똥별 스러지듯가버린 세월이보랏빛 그리움으로바람결에 일렁인다
#127 정답 : 코어근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