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김월란 나도 나무로 태어나 그늘이 되고 싶다여기저기 이것저것 꼬리 무는발목잡기는 날려버리자시시때때 들꽃으로 피어나내 얼굴의 잿빛 햇살지우개로 지우고웃음 터뜨리고 싶다이슬 머금은 풀잎같은 가녀린 입술로어둠살이 누구때문에 온다고 말하지 말라비는 왜 오는지 눈은 왜 내리는지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자연의 숨소리 그대로 안고 싶다
#110 정답 : 탐욕
아카시아꽃/정현숙세상에 비밀은 없어아무리 감추려 해도솔솔 새어 나오는 걸바람이 강하게윽박지르지 않아도스스로 불고 있는 걸이미 동네방네파다하게소문이 났던 걸그러게달콤한 비밀일수록더 퍼뜨리고 싶지달콤한 비밀일수록끌릴 수 밖에 없는향기로운 유혹이지
느닷없이 용문에 살아야 되는 이유가 생겨 갑자기 연세가 있으신 홀어머니와 헤어져서 살게 된 지 어느새 7년이 되었다.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사시는 동안만이라도 가능한 한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었는데.... 며느리가 딸 하나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려 내 계획과는 상관없이 손녀랑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며느리가 폐암이었던 관계로 아들네는 완전 산골짜기 깊숙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6살이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느라 계곡을 내려와서 데려다 주고 다시 저녁에는 데리고 올라가야만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암담했던 시
밥상 메시지/오정환 누룽지 끓이고먹던 배추김치 한 접시내가 뭐잘못한 거 있나? 고등어 굽고 어묵 볶고나물 무치고 콩나물국까지뭐 기분 좋은 일 있나?
당신이 떠난 후 많은 날들이 흘렀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노을처럼 한참을 서성거렸다.' 저는 시를 외우며 당신을 힘들게 보내고 돌아오던 아팠던 날이 떠올랐지요. 강원도 인재에 위치한 물가에 당신을 홀로 남기고 오던 날이 눈앞에 안개처럼 스쳐가더군요. 바람처럼 흘러 나비처럼 날아 저 세상에서 곱게 웃고 계신 당신이 참 많이 보고 싶어요. 잊으라 하지만 잊기 어렵고 보고 싶지만 볼 수 없고 오직 흔적을 찾아 때로 방황합니다. 길을 거닐다 만나던 혼자 웃으며 중얼거리는 이가 정상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익숙해진 편견을 버리기로
봄비는 역시 상큼해야 봄비다. 주룩주룩 고집 세게 끈질기게 오래 내리면 봄비가 아니다. 봄 장마라는 말도 있고 고사리 장마란 말도 있고 보면 우리 기후대에서는 봄에도 장마가 있어 왔다는 거다. 그런데 봄 장마는 아직 식물이 제대로 힘쓸 수 있는 청년으로 자라기도 전에 너무 과도하게 먹여 급성장하게 하는 환경을 주는 것 같아 안쓰럽고 봄비의 갑질이 좀 언짢다.지난 주는 사흘간 굵은 빗줄기가 세찬 바람과 함께 내렸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연휴 3일이었는데 제주도로 오는 내빈객이 불편할까 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런 어정쩡한 시간에 책
1차 세계대전 중에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이 영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남극대륙 횡단을 시도했던 탐험선 이름은 Endurance호 였다. 극지 탐험은 용기나 기술, 지혜, 경험 등 탐험에 필요한 그 무엇보다도 추위와 고통, 위험하고 절망적인 환경을 잘 견디어 내어야 함을 배 이름에서 부터 잘 표현해낸 것으로 생각된다.그의 배 인듀어런스호는 남극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유빙에 갇히고 얼어버려 탐험이 실패했지만 내가 이 불후의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배는 유빙간의 충돌로 인한 판 압력에 의하여 파쇄되
오월은/정현숙등나무 그늘에도꽃등이 달려눈부시게 환한 오월바람결에 사분사분흩날리는 라일락 향기에대책없이 들뜨는 오월가뭄 들어 메말랐던 감성은스며드는 초록물에윤기를 되찾아가는데고여있는 그리움이폭발할 것만 같아공연히 속앓이 하는 오월
비 내리는 조용한 연휴, BBC와 CNN을 통해 장엄하고 화려한 영국 왕의 대관식을 보았다. 패키지로 다녀왔던 영국 여행에서 아쉬움이 많은 터라 버킹엄 궁과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마차를 타고 가는 국왕부부를 환호하는 군중들과 함께 도시의 모습도 만나고 화면 속에서나마 장엄하면서도 오랜 전통에 기반을 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화려한 2시간 가량의 예식은 충분히 나를 매료시켰다.나는 영국의 왕이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로서 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하는 것을 이번 예식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머리에 기름 부음을 받고
봄비가 온다/박성희 조용하고 가늘게 봄비가 온다연두색이 초록으로 갈아 입는 중이다오늘같이 봄비가 오는 날엔유자향이 코끝을 유혹하는 찻집에 앉아빗속으로 보여지는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안으로 안으로 마음 산책을 한다빗소리가 참 좋다여름을 위한 교향곡처럼사르륵 사르륵 내리는 봄비가 좋다마주 보이는 산 비안개가수줍은 새색씨 마음처럼부끄럽게 피어 오른다봄비가 오는 오늘이 참 좋다
지난 주, 문학회원들과 경복궁을 통해 근현대사 다시 알기 역사 탐방을 했다. 우선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8층에 올라가 보았다. 경복궁 경내 그 뒤로 청와대, 뒤의 삼각형의 뾰족한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이 보이고, 옆의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왔다.박물관 안에 들어서니 포니 차 캐나다 수출 기념 부스가 눈에 띄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세계적인 선진국가로 발돋움한 역사를 생각했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다.경복궁 최대의 궁궐, 근정전을 다시 둘러보았다. 근정, 근면하게 정치를 하라는 뜻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단종이
책의 중요성과 독서의 즐거움은 알았지만 전반전의 삶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후반전 인생만큼은 좀더 책을 두드리면서 꿈을 이루고자 도전했던 국립중앙도서관의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북튜버 양성과정'을 오늘 수료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새로운 길에 나선 지 한달 여 간(4주 × 주2회)이었다. 책을 소재로 한 영상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저작권, 스피치 훈련 및 방송녹음, 촬영후 영상편집, 유튜브 채널 구축 및 업로드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어설픈 북튜버로서의 새로운 길 초입에 그간 잠
버스 안에서 만난 봄/정현숙조용하던 버스 안으로중학생인 듯한 아이들이우루루 한꺼번에 올라오더니갑자기 시끌시끌해진다주고받는 몇 마디를 들어보니아마도 중간고사 시험에서해방이 된 모양이다시험 그늘에서 벗어나잠시 명랑을 되찾은 표정들이마냥 해맑다재잘재잘 와글와글웃고 떠드는 소리가전혀 시끄럽지 않고오히려 잃었던 생기를 깨운다그래, 너희들이 진정 봄이지푸름을 더해가는 나무보다향기를 뿜어대는 봄꽃보다더 한층 예쁘고 사랑스러운 봄
하나의 작은 제안,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힘! 저는 그 힘을 믿어요. 이번에 '제안왕의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제안왕들과 함께 책을 펴냈답니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각자의 번뜩이는 제안 아이디어를 가지고 인생이 완전 바뀐 분, 제복을 입은 군인에서 대학교수로 직업 변신이 된 분, 제안이 발명특허로 이어져 재물을 얻은 분, 사회 곳곳을 변화시킨 분 등등 갖가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내용들입니다. 호기심으로 또는 다른 사람의 제안 아이디어를 책 속에서 만나보는 쏠쏠한 재미도 느껴 보시라고 소개합니다.※저자 : 김정진 박미현
33년 간 근무했던 에너지 공기업에서 은퇴한지 어느덧 4년, 삶(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일 듯.....그 C는 Conflict, Choice, Chance, Change 등 다양하고 그 중 특히 갈등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수년 간 한전과 에너지 공기업에서 30년 이상 대외협력 업무를 수행하며, 관련 전문교육과 자격증 이수과정 실습훈련 등을 거쳐 마침내 5년 전 갈등.협상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전국 각지,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의 갈등현장 워크샵과 교육훈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여 계
https://youtu.be/QufHyC5g5XY사랑 하나 그리움 둘(서둔야학 이야기), 그 시절 단비와 같은 사랑과 서둔야학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순(耳順)/오정환천명을 알기는커녕아직도 유혹에 흔들리는데성현께서는 이순의 경지어떻게 올랐을까말 같지도 않은 소리개굴개굴 맴맴내 귀는 거슬리는 말이이리 많은데
봄이 무르익어가는 오월 첫날, 오전까지 북튜버와 북스타트 관련 교육 준비로 바삐 보냈다. 잠시 베란다 봄볕이 좋아 창밖을 응시하던 중 베란다에 옹기종기 모여 다양한 색상과 향기로 내게 손짓하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겸 꽃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작년에 아내가 직접 재배해 말린 노오란 꽃잎이 따뜻한 찻잔에 온기와 향기로 가득 퍼진다. 창밖과 베란다 식물들을 바라보며 한 모금 음미하면, 온 몸으로 온 마음 가득 행복이 퍼짐을 느낀다.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에 베란다 친구들이 손흔들며 반기는 모습에 덩달아서 눈으
제주도 보건소에서는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보건소 주최로 시니어 건강을 위한 걷기 행사를 한다. 매월 세째 주 토요일이다.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사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해 온 행사다. 처음에는 서부보건소라는 광역보건소 단위였는데 코로나 동안 쉬었다가 재개하면서 동네 단위의 주최가 되었다. 서부보건소 주최에서도 그랬다. 주민이 주관하는 주민을 위한 주민의 행사라 걷는 길이 완전히 주민 생활길이다. 중간 중간 올레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올레가 아닌 생활과 밀접하기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는 길이라 나는 처음부터 보람이 있었고 좋았기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