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백두산 등정기

1. 백두산에 대한 동경

?백두산은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여행 계획을 확정하고 몇 달 동안 늘 백두산 등정을 꿈 꿔 왔었다. 백두산은 어떤 모습일까, 천지를 보면 어떤 감흥이 있을까, 출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흥분되는 일이었다. 백두산 정상에 오르고 나면 신명한 기(氣)라도 받을 것 같았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을 통해야만 갈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분위기는 금방 왕래가 성사될 것 같이 급변했지만, 북한 쪽으로 언제 갈 수 있을지는 요원한 일이다. 안타깝지만, 중국을 통해서 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이기는 하다. 마음은 우리 땅인데 지금은 중국이 자기 땅이라고 금을 그어 놓았으니 더 속이 아픈 것이다. 우리가 주권을 잃었던 시기에 일본과 중국이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맺은 ‘간도 협약’으로 중국 땅이 된 것이다. 백두산은 2,750m의 고산이다. 그래서 과연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고민한 적이 있다. 고산병도 걱정되었다. 그때까지 그렇게 높은 산은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 올라가는 코스는 천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다 있다. 우리가 도전한 코스는 중국 땅을 통해 올라가는 서파와 북파 코스였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가도 천지를 보기가 어려우니 날짜와 코스를 바꿔 두 번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2. 백두산 등정 첫날 - 서파 코스

?2018년 7월, 중국 땅에 도착한지 사흘 만에 드디어 백두산에 올라가는 날이다. 먼저 서파로 올라간다고 했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고 빗방울 까지 떨어졌다. 셔틀 버스로 중턱까지 가서 거대한 건물의 산문에 도착했다. 거기서부터 1,440 계단을 오르는데 비가 더 쏟아져 우비를 입고 우산까지 쓰고 가야 했다. 정상에 오르니 넓은 전망대가 있었다. 그런데 천지 쪽은 짙은 안개로 아무 것도 안 보였다. 궂은 날씨가 원망스러웠다. 현지 사진사가 맑은 날 천지 배경 사진과 얼굴 사진을 합성해서 팔고 있었다. 그러나 백두산에 정상에 올라 간 것만으로 만족하고 하산했다. 한반도 최고봉이라고 해서 상당한 고생을 각오했는데 중턱까지 버스로 올라갔으니 한편으로는 싱거운 면도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로비에 걸린 대형 천지 그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내일도 천지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아쉬움에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은 것이다. 가이드는 ‘천지를 보려면 5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백 번 올라가야 두 번 천지를 볼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렵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다음 날 북파 코스로 올라가니 천지를 보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나 하라고 했다. 그만큼 천지는 신명한 존재라는 설명이었다.

3. 백두산 등정 둘째 날 - 북파 코스

?다음날 북파로 도전하는 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화창하게 맑았다. 오늘은 천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천지가 워낙 고산이라 올라가봐야 천지를 볼 수 있을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너무 오만을 떨거나 장담을 하면 부정 탈 수 있으니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였다. 북파 코스는 전세버스에서 셔틀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10인승 봉고로 갈아타서 거의 정상까지 지그재그로 운전해서 가도록 되어 있었다. 봉고로 올라가며 숲 사이로 틈틈이 정상 부근이 보일 때마다 가이드가 오늘은 천지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턱쯤에서 보니 전망대가 깨끗하게 보였는데 전망대가 보이면 이런 날은 틀림없이 천지를 볼 수 있을 거라며 격려했다. 그러나 정작 정상에 오르니 묘하게도 하늘은 쾌청한데 천지 쪽은 짙은 안개에 완전히 가려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신묘한 현상이었다. 세찬 바람을 참으며 막막한 심정이지만, 기다려 봤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줄지어 천지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간간이 함성을 질러대면 그쪽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여전히 안개가 잠깐 옅어졌을 뿐 그나마 그 순간도 수시로 변했다. 순간적으로 천지를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도 어렴풋이 본 것 같기는 한데 뚜렷이 본 것이 아니었다. 봤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너무 간절한 마음이 반영된 것 아닌가도 생각했다. 그렇게 천지를 보라고 주어진 한 시간을 다 소비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합 장소로 내려가려는데 우리 일행들이 중간에서 필자를 잡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는 아쉽다고 했다. 오늘 천지가 보일 가능성이 높으니 점심은 물론 후속 스케줄을 포기하고라도 더 기다려서 꼭 천지를 보고 가자는 것이었다. 말은 안 했지만 모두의 염원은 이번에 천지를 꼭 보고 싶었던 것이다.

4, 아, 천지여!

?그렇게 10여 분이 지나자 갑자기 천지를 보고 있던 앞줄에서 “우와~”하는 함성이 크게 들려 왔다. 천지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뛰어 올라가 보니 과연 천지가 앞에서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짙게 가려져 있던 안개가 극장 커튼처럼 걷히면서 그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끔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눈앞에 펼쳐진 고고한 그 자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했다. 검은 물결과 뒤에 병풍처럼 펼쳐진 고봉들이 아직 잔설이 남아 신비롭기까지 했다. 할 말을 잃고 한동안 말끔하게 눈앞에 펼쳐진 천지를 바라 봤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첫날 정상에서 무난하게 천지를 볼 수 있었다면 이토록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날도 날씨가 맑아 올라가자마자 천지가 보였다면 감동이 덜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화창한데도 천지 쪽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로 그토록 애를 태우던 천지였다. 한 시간이나 기다렸으나 여전히 대답 없던 천지였다. 그런데 천지 보기를 거의 포기하고 내려가려던 순간,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열린 것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천지는 한눈에 보일 정도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버킷리스트 하나가 지워지는 날이었다. 내려오는 길의 거대한 장백폭포와 계란을 삶아 먹을 수 있는 온천지대는 천지를 본 들뜬 마음에 어떻게 보았는지도 별로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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