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텃밭 주인 건네는 말 “모종으로 심는 것도 좋지만 씨앗으로 심은 것이 더 튼튼하게 자라요. 아마 금세 따라 잡을 겁니다” 그래서 모종은 최소한으로 줄여 바로 먹을 것만 사다 심고 나머지는 씨앗으로 파종, 그런데 묵은 씨앗이라 그런지 일부 씨앗은 감감무소식, 씨앗에서 발아율이 뚝 떨어져 싹이 나오지 않았다. 보름이 넘게 기다리다 지쳐 빈 땅을 파고 더 많은 양을 다시 파종했다.

2. 섭섭하지 않게 밭둑 가장자리에 옥수수와 땅콩도 두 포기씩 추가, 옥수수는 몇 개를 따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키가 훌쩍 커 텃밭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땅콩은 흙 속에 올망졸망한 새끼를 품어 내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3. 가지, 고추, 토마토, 오이 모종을 심고 호스로 물을 듬뿍 뿌렸다. 아마 몇 식구 식단에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리라.

4. 물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옛날 초등학교 시절 소방의 날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찾아오던 소방차가 생각난다. 전교생이 모인 운동장에서 소방 호수로 물을 뿌리며 소방 시범 할 때 시원하게 솟아 나오는 물줄기를 보며 나도 한번 뿌려보고 싶은 생각이 어린 마음에 간절했었다. 그걸 이 나이에 해보다니.....

5. 씨 뿌린 아욱이 어린이 손바닥 만한 잎을 펴고 반가이 맞는다. 된장을 넣고 끓인 아욱국을 좋아해 그런지 아욱이 더욱더 반갑다. 옆에 근대도 싹이 제법 자랐고 시금치는 골 빼곡히 솟아 올랐다.

6. 사다 심은 모종은 벌써 자라 뜯어 먹을 때가 되었다. 쑥갓은 향도 좋고 식감도 좋아 최고의 야채다. 상추나 당귀 등도 무럭무럭, 농약을 주지 않은 무공해 야채를 마음껏 먹는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좀 더 자라 풍성해지면 이웃들도 나누어 주고 인심도 쓸 것이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이들은 쑥쑥 잘도 자란다. 투자를 잘하면 자는 동안에도 돈이 새끼를 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텃밭 이야기를 숙제하듯 하게 되었다. 주인은 바빴어도 텃밭 식구들은 땅을 헤집고 나와 열심히 자라주었다. 덕분에 풍성한 식탁을 꾸미고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늘도 소나기 소식이 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곧바로 달려가 물을 뿌려 줘야지. 시원하게 솟아 분수처럼 뿌려지는 물, 텃밭 식구들이 환한 모습으로 즐거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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