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가 뚱딴지래요


주금산 자락에서 전원주택 생활을 즐기는 박희봉님의 제안으로 뚱딴지를 캐러 가기로 했다. 지난 9월초 돼지감자 사진을 올리며 필요한 사람은 캐 가라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돼지감자가 뚱딴지다. 국화과 해바라기 속이라고 한다. 꽃은 해바라기같이 생겼는데 땅속에 감자가 열리는 게 신기한 식물이다.

서리가 내리고 나서 캐는 것이 적기라 해서 이럭저럭 세월이 가고 11월 중순이 되었다. 멧돼지가 좋아하는 먹거리라 언제 멧돼지가 와서 캐 갈지 몰라 조마조마했었다. 약속을 했으니 꼭 간다고 했다.

전철로 마석역까지 가서 330-1번 버스를 타니 수동계곡을 지나 45분만에 비금리 종점에 도착했다.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단다. 나오는 버스는 막차가 9시 20분이다. 그전에 주금산 산행을 한 덕분에 몽골문화촌까지의 대충 지리는 익숙했다.

비금리 종점에서 반갑게 맞아준 박희봉님의 차를 타고 5분 만에 고개를 넘어 전원주택에 도착했다. 날이 어둡기 전에 캐야 했으므로 여러 연장을 꺼내 주차장 한 구석의 돼지감자 더미를 팠다. 먼저 주변의 낙엽을 긁어내고 줄기를 잡아당기니 힘없이 뿌리가 뽑혔다. 더러는 뚱딴지가 줄기에 붙어 나오고 쇠스랑으로 긁어내니 더 깊이 큰 돼지감자도 나왔다. 이럭저럭 30분 만에 한 바구니는 캤다.

잠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임도를 따라 농원 구경도 했다. 건조해서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작은 개울도 좋았다. 가재라도 나올 것 같았다.

부인이 갓 뜸 들여 내온 맛있는 저녁 식사를 대접 받고 곧바로 일어났다. 나가는 버스가 많지 않아 일찍 나가는 편이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비금리 종점에 330-1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50분을 기다려야 출발한다고 해서 먼저 걷기로 했다. 버스 기사가 중간에 가다가 태워주기로 했다. 내방교까지 먼저 가면 거기가 종점인 다른 버스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30분 정도 걸으니 과연 다른 버스가 있었다.

집에 와서 돼지감자를 물에 담궈 칫솔로 흙을 씻어 내고 한 무더기는 찜통에 넣고 한 무더기는 찌개에 넣었다. 맛이 감자이긴 한데 입자가 더 부드러웠다. 맛도 약간 달작지근했다. 처음 먹어보는 별미였다.

동네 전철역 부근 길거리에서 할머니가 돼지감자를 팔고 있었다. 그전 같으면 모르는 식품이라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알게 되었으니 직접 캐온 돼지감자를 다 먹고 나면 지속적으로 상용할 생각이다. 귀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박희봉님께 감사드린다. 서울 집이 굽은 다리 부근이라니 곧 다가올 도루묵 시즌에 둔촌시장에서 도루묵찌개로 답례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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